날짜: 2017년 7월 18일 화요일
장소:롯데시네마
오늘은 북한산 응봉능선을 가보려고 했는데 자고 일어나니 왼쪽 허리부터 발목까지가 아프다.
몇 주 전에는 오른쪽이 아프더니 왜 돌아다니면서 이러나. ㅠㅠ
어제 무거운 화분들을 옮기느라 갑자기 힘을 써서 그런가?
나이 든다는 것이 슬픈 일일 필요가 없다.
그건 자연의 법칙이니까.
지적, 감정적, 신체적 기능들이 떨어지는 건 괜찮은데 아프지만 말았으면 좋겠다. ㅠㅠ
그러기 위해서는 쓸데없이 "마음은 청춘"이라고 외치지 말고 나이에 맞게 조심해서 살아야겠다.
알기는 잘 아는데 실천이 문제지요.
원래 이론에는 빠삭 하고 실전에는 약한 나에게는 더욱 어려운 문제이다.
각설하고, 정형외과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고 영화를 보러 갔다.
오늘처럼 꾸물꾸물한 날에는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나 액션 영화가 제격이지만 몸이 아프다 보니 아픈 몸과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을까 싶어 <내 사랑>을 보러 갔다.
관절염으로 몸이 불편한 모디는 가족들에게까지 외면당한다.
독립하기 위해 찾은 직업은 고아 출신의 가난한 생선 장수, 에버렛의 입주 가정부.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두 사람은 서로 부대끼며 조금씩 정이 들어간다.
신체적 제약이 있는 모디는 집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유명한 화가가 된다.
초등학생이 그린 것 같은 단순한 그녀의 그림들은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고, 단순하게 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그네와 같은 우리 인생인데 뭐 그리 복잡할 필요가 있겠는가?
모디 루이스가 그린 그림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보며 참으로 많은 생각이 오갔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행복은 절대 물질과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
유명한 화가가 되고 난 다음에도 죽을 때까지 처음 그들이 만났던 코딱지만 한 집에서 지내는 것을 보며 어쩌면 우린 너무 많이 가졌기에 행복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절대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
건강하지 못하고, 배운 것이 없고, 가진 것이 없어도 얼마든지 사랑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사는 우리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무엇보다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사랑은 의지적 결단"이라는 점이다.
사랑하기로 결단하고 서로 삶을 나누는 두 사람(특히 모디)의 모습은 아름답다 못해 경건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들을 지금부터라도 소중하게 써야겠다.
<빨간 머리 앤>의 고향인 노바스코샤의 황량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과 더불어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였다.
실제 모디와 에버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