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5년 2월 3일 화요일 (맑음)
산행코스: 배후령 옛길 ~ 배후령 ~ 경운산 ~ 마적산 ~ 천천리
산행거리: 13.7km
산행시간: 09:45 ~ 15:35
등산지도:
오늘은 귀빠진 날이다.
그런데 가족들을 남겨두고 아침 일찍 산행을 하러 간다.ㅋㅋ
이 정도면 중독도 심각한 중독인가?
배후령 옛길을 올라가던 버스는, 빙판에 미끄러져 길을 가로막고 서있는 군용 트레일러 앞에 멈춰 섰다.
할 수 없이 버스에서 내려 4.7km를 걸어 배후령까지 올라갔다.
그리하여 배후령에서 산행을 시작하려던 계획은 무산이 되었다.
좀 쉽게 하려고 머리를 쓰다 보면 오히려 더 꼬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눈 앞의 이득에 연연하지 말아야 함을 되새긴다.
이상하게 산길보다 아스팔트 길을 걷는 게 더 힘들다.
이러다 오늘 산행 다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배후령에 닿았다.
배후령
배후령에서는 300m 정도만 올라가면 능선에 다다른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경운산 방면으로 향하였다.
770봉에서 오봉산 능선이 시원하게 보인다.
2012년 여름에 처음 오봉산에 왔었다.
밧줄을 잡고 올라가는 암릉이 무서워서 벌벌 떨던 기억.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소양호에 감탄하던 기억.
이름 모를 새소리에 귀가 열리던 기억.
갑자기 만난 소나기가 시원했던 기억.
아무도 없는 산길을 걷는 기쁨에 들뜨던 기억.
아주 오래전 일 같다.
정신없이 가다 보니 경운산 정상 표시판을 지나쳤다.
블로그에 보니 나무에 경운산 표시판이 걸려있던데 그걸 못 보고 그냥 지나친 것이다.
되돌아갈까 하다가 아쉬운 대로 누군가 이정표에 적어놓은 표식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ㅠㅠ
경운산 정상 이정표
점심을 먹고 마적산으로 향하였다.
배후령에서 능선으로 올라서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수월하다고 했는데 마냥 수월하지만은 않다.
몇 번 봉우리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야 한다.
룰루랄라 갈 수 있는 오르막들은 아니다.
왼쪽으로는 나뭇가지들 사이로 소양호가 살짝살짝 보이고 왼쪽으로는 춘천시가 보인다.
소양호 쪽으로는 눈이 하얗게 덮여있는데 춘천시 쪽으로는 눈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햇빛의 유무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모습에서 굳이 <해님과 바람>이라는 우화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따스함과 사랑의 힘을 느끼게 된다.
나이를 먹으면서 많이 관대해지기는 했지만 워낙 정확한 성격이다 보니 아직도 감싸주기보다는 정죄할 때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나 역시 사랑으로 변하지 않았던가.
나를 살리시고 변화시킨 하나님의 사랑을 나도 배우고 싶다.
이윽고 마적산에 도착.
마적산 정상
여기서부터는 정말 편안한 길이다.
가다가 재미있는 나무를 만났다.
얘를 뭐라 불러야 할까?
사랑목? 연인목? 상사나무?
오늘은 나무까지도 사랑에 대해 가르쳐주네.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은 신뢰와 사랑이라고 믿는다.
난 신뢰 부분은 잘하는데 사랑 부분이 좀 약하지 않나 생각한다.
음, 변명을 해보자면 속으로는 그렇지 않은데 표현을 잘 못한다 또는 잘 안 한다고 할까?
이기심, 자존심, 상처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겠지만 이제는 그럴 나이는 아니지 않은가?
나무들도 저렇게 사랑을 하는데...
대장님께서 시간을 넉넉하게 주셔서 널널하게 산행을 할 수 있었던 날이다.
Happy Birthday to misscat!
Be brave and generous in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