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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7.04.29 (문경) 둔덕산(970m)

산행일시: 2017년 4월 29일 토요일(맑음)
산행코스: 대야산 자연휴양림 ~ 가리막골 ~ 둔덕산 왕복 ~ 손녀마귀통시바위 ~ 마귀할미통시바위 ~ 용추계곡 ~ 벌바위 주차장
산행거리: 12.3km
산행시간: 10:45 ~ 16:45
산행트랙:

(문경)둔덕산__20170429.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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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지도:

 

백두대간 대야산 구간을 지날 때 산돌이 대장님께서 마귀할미통시바위 이야기를 하셨다.

도대체 어떻게 생겼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나 궁금하였는데 오늘 보게 되겠네.

산행 공지는 둔덕산~대야산 종주지만 난 둔덕산만 가기로 하였다.

원래는 벌바위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하도록 되어있는데 기사님께서 모르고 대야산 자연휴양림까지 들어가셨다.

 

이러면 또 고민되네.

7시간이나 준다는데 대야산까지 가봐?

안 되지, 마음이 흔들리면 안 되지.

시간이 많으면 산에서 놀다 내려오면 되지, 뭐.

근데 혼자 뭘 하고 놀지?

어쨌든 둔덕산만 가는 거다.

자연휴양림 주차장에서 아스팔트 길을 따라 300m 정도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가면 용추계곡을 지나 대야산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으로 가면 둔덕산이다.

 

용추계곡 둔덕산 갈림길

계속해서 아스팔트 길을 따라 올라간다.

신록이 우거져 기분이 너무 좋다.

몸과 마음이 모두 relax 되는 길이다.

 

(병꽃도 피기 시작하였다.)

(가을 아님!)

다시 300m쯤 올라가면 왼쪽으로 자연휴양림 바베큐 장이 나온다.

 

와, 정말 잘해놓았네.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 못지않게 모든 시설이 잘 되어있는 것 같다.

거기에 맞게 의식 수준만 올라가면 되는데...

오른쪽으로는 원통 모양의 자연휴양림 캐빈들이 보인다.

 

저런 데서 자보고 싶당.

그런데 저 캐빈은 반 캠핑이란다.

화장실, 샤워실, 부엌이 없이 원룸으로 숙박만 가능하단다.

고로 텐트를 제외한 모든 캠핑 용품을 가져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도 예쁘잖아. ^^

이곳에서 둔덕산 정상까지는 2.3km이다.

 

조금 더 올라가면 이정표가 나오고 이곳에서 왼쪽 임도를 따라간다.

 

길은 곧 가리막골 등산로로 연결된다.

 

여기에서 둔덕산 정상까지는 1.8km이다.

한동안 산책로 같은 좋은 숲길이 이어진다.

 

그러나 몇 백 미터 지나면 경사도가 커지며 너덜길이 나오기 시작한다.

 

등산로 입구에서부터 1km쯤 올라가면 풍혈 지대가 나온다.

풍혈 지대가 가까워지자 벌써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다.

 

풍혈 지대

오싹할 정도는 아니지만 정말 바람이 시원하다.

<쉬어가세요^^> 안내판 문구에 착하게 그곳에서 방울토마토를 먹으며 쉬었다.

내가 쉬는 동안 다들 올라가고 한 팀만 뒤에 있는 것 같았다.

풍혈 지대부터는 빡센 오르막이 시작된다.

이곳은 현호색 군락지로 사방에 현호색이 깔려있었다.

 

현호색

풍혈 지대에서 둔덕산 삼거리까지 400m밖에 안되지만 길이 가팔라서 몇 번을 쉬어가며 올라갔다.

쉬면서 뒤돌아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희양산과 구왕봉이 보였다.

내가 저기 가파른 구왕봉도 올라갔었는데 이쯤이야.

그런데 사실 여기도 가파르기로는 구왕봉 올라가는 길 못지않다. ㅠㅠ

쉬는 동안 내 뒤에 있던 마지막 한 팀까지 모두 먼저 올라갔다.

둔덕산 삼거리에서 둔덕산 정상까지는 500m이다.

 

                둔덕산 삼거리

정상에 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와서 댓골산장 쪽으로 가야 한다.

먼저 올라간 사람들이 이곳에 배낭을 내려놓고 갔는지 배낭들이 놓여있었다.

나도 배낭을 내려놓고 둔덕산으로 향하였다.

둔덕산까지는 능선을 따라 다시 또 올라가야 한다.

등로에는 진달래가 만발하였다.

 

운 좋게 큰구슬봉이도 발견하였다.

 

큰구슬봉이

둔덕산 정상에 도착하니 마지막 팀이 사진을 찍고 있어 나도 인증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둔덕산 정상에서는 희양산과 구왕봉이 제대로 보인다.

 

둔덕산 정상

저기 가느라고 죽는 줄 알았는데.

그때는 어떻게 다녔는지 모르겠다.

2년 전만 해도 내가 젊었나?

이제는 그렇게 산행하지 못할 것 같다.

정상에서 직진하면 선유동 계곡으로 내려간다는데 등로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시 삼거리로 돌아가니 시간이 12시 20분이라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조망이 좋은 곳에서 혼자 분위기 잡으며 먹으려고 서둘러 댓골산장 쪽으로 갔다.

957봉까지 500m쯤 올라가는 도중 뒤돌아보니 지나온 둔덕산이 보였다.

 

                둔덕산

헬기장을 지나고 나면 한동안 좋은 숲길이 나온다.

등로에는 개별꽃이 많이 피어있었다.

 

                개별꽃

혼자 휘파람을 불어가며 룰루랄라 걸어갔다.

하지만 머지않아 좋은 길은 끝나고 댓골산장 갈림길까지 1km 정도 가파른 내리막이 이어진다.

 

그리고 암릉이 시작될 것임을 알려주는 듯 바위들도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곧이어 멋진 암릉의 마귀할미통시바위 능선이 보였다.

 

                 가운데 뾰족한 것이 마귀할미통시바위

바로 저거구나!

흥분에 가슴이 뛰었다.

오늘 날씨도 쾌청하고, 간간이 시원한 바람도 불어주고, 시간도 널널하고, 암릉 산행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드디어 댓골산장 갈림길에 도착하였다.

 

                댓골산장 갈림길

이정표에는 없지만 통시바위 능선은 이정표 뒤쪽으로 가야 한다.

등로에는 진달래가 많이 피어 발걸음을 가볍게 하였다.

각시붓꽃은 끝물인 듯 얼마 안 남아있었다.

 

                  각시붓꽃

조금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쓰러진 이정표가 있고 정면에 손녀마귀통시바위가 나온다.

바위 위로 올라가서 뒤돌아보니 둔덕산에서부터 지나온 길이 보였다.

 

                손녀마귀통시바위

진행 방향으로는 마귀할미통시바위 암릉 구간이 보였다.

 

손녀마귀통시바위를 지나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암릉이 시작된다.

 

오늘 후미로 완전 혼자 가다 보니 좀 걱정이 되었는데 예상했던 대로 난감한 구간이 나왔다.

위 사진 오른쪽 리본이 달려있는 곳으로 조심해서 내려가 보니 절벽이었다.

이쪽으로는 죽인다 해도 못 가겠다.

남자들이라면 건너뛸 수 있을까?

난 도저히 그럴 자신이 없는데.

앞에는 그리 높지 않지만 직벽 바위이다.

나 같은 숏다리는 올라가기 힘들다.

지척에 있는 꼭지바위에서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있어 그 사람들이 오면 도움을 청하려고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않았다.

할 수 없이 이리저리 탐색을 하다 왼쪽으로 벌벌 떨며 간신히 올라갔다.

왼쪽도 절벽이라 위험하긴 했지만 그래도 바위틈에 홀더가 있어 붙잡고 기어 올라갈 수가 있었다.

올라가면 사방으로 조망이 좋은 마당바위 전망대가 나오고 한쪽 끝에는 복주머니바위가 있었다.


                복주머니바위(?)

바람이 강하게 불어 재킷을 입고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한참 쉬다 보니 꼭지바위에서 점심을 먹던 사람들이 와서 인증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진행 방향 뒤편의 꼭지바위

진행 방향 왼편으로 조항산

                마귀할미통시바위 능선

                마귀할미통시바위 능선 우측으로 대야산

                  진행 방향 오른쪽으로 백두대간 희양산 구간

뒤에서 점심을 먹던 사람들이 모두 지나간 후 혼자 길을 떠났다.

전망대에서 조금 가면 직벽 구간이 나온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만만한데 숏다리 misscat에게는 전혀 만만하지가 않다.

발 디딜 데가 마땅치 않아 오로지 팔 힘으로 줄을 잡아당겨 올라가야 하는데 팔 힘이라곤 전혀 없으니. ㅠㅠ

이 산속에 나 도와줄 사람은 없고, 되돌아가지 않으려면 무조건 올라가야 한다. 

한참 용을 쓰며 몸부림치다가 간신히 올라갔다.

올라가서 보면 점심을 먹었던 전망대 복주머니바위가 보인다.

 

계속되는 암릉을 따라 바위를 올라가기도 하고 돌아가기도 하다 보니 어느새 복주머니바위가 멀리 보였다.

 

그리고 또 밧줄 구간이 나온다.

이번에는 좀 가느다란 밧줄이다.

지난달 모 산악회에서 산행 중 밧줄이 끊어져 사람이 죽었다는 말을 들은지라 혹시라도 걱정이 되어 몇 번이나 밧줄을 잡아당겨본 후에 올라갔다.

이 밧줄에 내 몸을 의탁해도 될라나?

 

시간이 많으니까 혼자 여기저기 실컷 구경을 하며 천천히 갔다.

대야산을 제대로 보려면 여기에 와야 한다.

누구 말대로 대야산에서는 대야산이 안 보인다. ㅋㅋ

슬랩이 멋진 중대봉과 상대봉(대야산 정상), 그리고 하늘다리까지 전부 보였다.


                고모치 방향

                 대야산(왼쪽이 중대봉, 오른쪽이 상대봉)

                물개바위(?)

그리고 고대하고 고대하던 마귀할미통시바위가 나타났다!

마귀할미가 심술을 부리는 듯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사진을 찍으러 절벽 가까이 가보았다.

언제 여길 또 와보겠어?

나중에 혹 또 오게 되더라도 볼 건 오늘 다 보고 가야지.

와, 그런데 이렇게 큰 바위에서 볼 일을 봤단 말이지?

나도 왠지 볼 일을 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ㅋㅋ

 

                마귀할미통시바위

                (왼쪽 아래 똥덩어리가 보인다.)

                  (반대편에서 본 모습)

                마귀할미통시바위 옆에 있는 의자바위(?)

                  진행 방향에 있는 867봉(오른쪽)과 왼쪽 멀리 속리산

이후 다소 가파르게 내려가면 마귀할미통시바위 삼거리에 도착한다.

 

                 마귀할미통시바위 삼거리

시간이 많이 남아 밀재까지 가서 내려가도 충분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밀재까지의 대간 길은 걸어보았고 이곳에서 용추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궁금하여 오른쪽으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초반에는 가파르고 낙엽이 많이 깔려있었다.

등로가 희미하다는 글들을 읽어서 GPS 트랙을 받아왔지만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군데군데 리본이 달려있고 등로도 그런대로 분명하여 좀 멀리 보고 리본만 잘 따라가면 길을 잃을 염려는 전혀 없었다.

그리고 길도 처음에만 좀 가파르지 그다음부터는 좋았다.

책바위를 지나고 나서 계곡을 가로지른 후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내려가면 천정바위가 나온다.

 

                 책바위(?)

                (계곡을 가로지른다.)

천정바위

                천정바위 끝 부분에 있는 얼굴바위

천정바위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너덜길이다.

다행히 계속 리본이 달려있어 헤매지 않고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고마운 선답자들.

 

너덜길을 내려가면 길은 오른쪽으로 휘어진다.

등로에는 연분홍 철쭉이 화사하게 피어있었다.

 

산죽 길을 지난 후 왼쪽으로 잠시 가파르게 내려가면 용추 계곡을 만난다.

 

그리고 계곡을 건너면 밀재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게 된다.

이후로는 길이 아주 좋다.

300m 정도 내려가면 월영대가 나온다.

 

                월영대

용추 계곡 양쪽으로 산책로와 같은 길이 있다.

매번 왼쪽 길로 내려갔으므로 오늘은 오른쪽 길로 가보기로 하였다.

오른쪽 길 또한 아주 좋다.

 

버스 출발 시간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서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간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 내려갔다.

계곡 오른쪽으로 쭉 내려가면 <선유동천 나들길>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댓골산장으로 올라갈 수 있다.

 

하트 모양의 용추폭포를 구경한 후 계곡 왼쪽으로 내려가다가 용소바위를 구경하러 갔다.

 

용추폭포

용소바위 안내판 뒤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용소바위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매번 시간에 쫓겨 용소바위를 제대로 못 봤는데 오늘에야 확실하게 본다.

 

용소바위

이후 계곡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식당가에 도착한다.

 

슬렁슬렁 벌바위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뒤돌아보니 힘들게 올랐던 둔덕산이 보였다.

 

둔덕산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벌바위 주차장에서 포카리스웨트를 마시며 기다렸다.

역시 산행은 여유 있게 해야 돼. ^^

욕심 안 부리고 둔덕산에서 통시바위 능선까지만 산행하길 정말 잘한 것 같다.

같이 대야산까지 가자던 옆자리 아저씨께서는 하산 후 너무 힘들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다.

늦게 하산한 사람도 있어 30분 정도 버스 출발이 지연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난 오늘 정~말 좋았다.

올라가 보고 싶은 바위 다 올라가 보고, 사진 찍고 싶은 거 다 찍고, 마음껏 쉬면서 산행했으니까.

날씨도 좋고 꽃까지 피어있어 더 아름다운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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