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년 1월 30일 금요일 (맑음)
산행코스: 주차장 ~ 대혜문 ~ 할딱고개 ~ 현월봉(정상) ~ 약사암 ~ 마애보살입상 ~ 주차장
산행거리: 8km
산행시간: 10:20 ~ 15:30
등산지도:
참으로 오랜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을 떠났다.
금오산 주차장에서 마루금이 시원스레 보인다.
금오산관광호텔까지 올라가는 길 양옆으로는 메타세쿼이아가 줄지어 서있고 이후 대혜문까지는 전나무들이 시원스레 서있었다.
양 옆으로는 돌탑들도 있는데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cone 모양뿐만 아니라 피라미드 모양도 있었다.
대혜문을 지나면 바로 해운사가 나타난다.
도선굴을 가려면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도선굴은 하산 길에 들리기로 하고 곧바로 대혜폭포로 갔다.
대혜폭포까지는 그다지 멀지 않고 길도 좋기 때문에 그냥 구경삼아 편안히 갔다 올 수 있겠다.
올 겨울 따뜻하다 생각했지만 겨울은 겨울인지라 폭포가 빙벽을 이루고 있었다.
대혜폭포
매년 2월에 설악산 토왕성폭포에서 빙벽 대회가 열린다는데 얼어붙은 폭포가 장관이라고 하니 내년에는 꼭 가보고 싶다.
대혜폭포를 지나면 계단이 나온다.
올라가다 뒤돌아보니 맞은편에 도선굴이 보였다.
그곳에도 역시 빙벽이 있어 겨울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계단을 한참 올라가면 "할딱고개"에 닿는다.
깔딱고개도 아니고 할딱고개이다.
계단이 있어 비교적 수월하게 올라갔지만 그렇지 않았을 때에는 정말 할딱거리며 올라갔을 거 같다.
이곳 전망대에서는 구미 시내와 도선굴이 막힘없이 내려다보인다.
그다음부터는 산길이다.
눈이 많지는 않지만 꾸준한 오르막이라 아이젠을 하고 올라갔다.
갈림길에서 어느 쪽으로 가나 정상에 도착하지만 먼저 오른쪽으로 올라갔다가 왼쪽으로 내려오기로 하였다.
조금 가다 보면 금오산성이 나온다.
금오산성
산성을 지나 산비탈을 끼고 올라가면 정상으로 연결된다.
산성을 지나자 바람이 강해졌다.
정상에 가까이 갈수록 상고대도 보인다.
금오산 정상인 현월봉에는 10여 미터 간격으로 정상석이 두 개 있었다.
아래에 있는 것은 정상 반환 전인 2014년까지 있었던 정상석이라고 하는데 위에 있는 것이 진짜 정상석이라는 친절한 안내문이 아래에 있는 정상석 밑에 놓여있었다.
현월봉(금오산) 정상
정상에서는 바람이 장난 아니다.
여기가 원래 이렇게 바람이 강한 곳인가?
바람에 날리는 얼음덩어리가 얼굴을 때려 따가웠다.
서둘러 사진을 찍고 내려갔다.
(정상석 옆에 있는 멋진 나무)
하산은 약사암 쪽으로 하였다.
동국제일문을 통과하여 바위 사이로 내려가니 거대한 암벽 밑에 약사암이 있었다.
동국제일문
약사암
산이란 산마다 전망 좋은 곳에는 다 절이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이런 곳에 절을 지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옆에 있는 암봉 위에는 종각이 있는데 그곳까지 다리로 연결해놓았다.
그 다리를 건너면 정말 재미있을 거 같은데 통행을 막아놓았네. ㅠㅠ
바람을 피해 약사암 옆 암벽 아래에서 점심을 먹었다.
하필 오늘 같은 날 비닐막 담당자(?)가 감기에 걸려 함산을 못하였다.
부랴부랴 점심을 먹고 길을 떠났다.
약사암에서 마애보살입상으로 가는 길은 북사면이라 바람도 많이 불고 등로가 꽝꽝 얼어있었다.
아이젠을 했는데도 쭉쭉 미끄러져 온통 긴장을 하고 내려가자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남들은 잘도 가는구먼 나는 왜 이리 벌벌대고 있을까? ㅠㅠ
힘들게 빙판을 지나 마애보살입상에 도착하였다.
5m가 넘는 마애보살입상은 특이하게 모서리에 조각된 석상이다.
마애보살입상
현대 과학 기술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단지 지식이 축적되었을 뿐이지 인간이 더 진보한 것 같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내게는 달에 분화구가 있다고 하는 것보다 토끼가 산다고 하는 편이 훨씬 더 고차원적으로 들린다.
아마도 내가 예술을 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난 여전히 사실보다는 상상에 더 끌린다.
그렇다고 내가 비과학적인 사람은 아닌데.
오히려 너무 이성적이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라 차갑다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갈림길에서 다시 주차장까지 되돌아 내려갔다.
하산 길에 도선굴을 가려고 했지만 시간이 빠듯할 거 같아 해운사에서 올려다보는 걸로 만족하고 아쉽지만 발길을 돌렸다.
해운사
다음에는 암릉이 있는 능선 길로 가보고 싶다.
그리고 천연동굴이라는 도선굴도 꼭 올라가 보고 싶다.
오늘 홀가분한 마음으로 금오산 산행을 할 수 있기를 기도했는데 하나님께서 날 불쌍히 여기셨나 보다.
그동안 마음을 짓누르던 문제가 해결되었다.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에게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치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고린도전서 10:13)
간절함이나 절실함이 없으면 둔감해지는 것 같다.
이것을 가지면 저것을 잃고, 저것을 가지면 이것을 잃고.
시편 기자의 말처럼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오르막과 내리막과 평탄한 길이 적절히 섞여있는 산이 좋듯이 인생도 그래야 지루하지 않겠지.
그러니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에 순종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