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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5.01.16 (남원) 바래봉(1,165m)

산행일시: 2015년 1월 16일 금요일 (흐린 후 눈)
산행코스: 용산마을 주차장~ 운주사 ~ 바래봉 ~ 팔랑치 ~ 용산마을 주차장
산행거리: 12km
산행시간: 11:00 ~ 15:15
등산지도:

 

2년 전 철쭉을 보러 갔던 바래봉에 오늘은 눈꽃을 보러 갔다.

원래는 정령치에서 시작하는 산행이었지만 정령치로 올라가는 길이 통제되어 있었다.

겨울에는 위험해서 통행을 금한다고 하는데 그런 걸 미리 확인하지 못하고 산행 공지를 올리다니.

안내 산악회라면 영리 산악회인데 아직도 아마추어 수준을 못 벗어나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을 하는 것 같다.

어쨌든 어디를 들머리로 하여나 하나 설왕설래하다가 안전하게 용산마을에서 시작하기로 하였다.

오늘 비 소식이 있어 산 위에서는 제대로 눈 산행을 할 수 있으려나 기대를 했었는데 들머리에 도착했을 때는 흐리기만 하고 눈은 구경도 할 수가 없었다.

산을 올려다보아도 눈이 안보였다.

2월 15일까지 바래봉 눈꽃 축제를 한다고 하던데 여기가 아닌가?

기대를 접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주차장에서 바래봉 삼거리까지는 널찍한 임도가 있는데 우리는 운주사 삼거리에서 오른쪽 산길로 올라갔다.

길은 전에 내린 눈이 얼어서 빙판이었다.

조심조심 미끌거리며 올라갔다.

이윽고 다시 임도를 만나는 지점에서부터 바래봉 삼거리까지는 편안하게 임도를 따라 올라갔다.

 

전에 왔을 때는 임도 바닥에 돌이 깔려있어서 발바닥이 아팠는데 오늘은 눈 때문에 오히려 걷기가 편안하다.

구름 속으로 들어갔는지 주위가 뿌옇다.

바람에 얼어버린 수증기들이 싸라기눈처럼 흩날린다.

운무가 자욱한 숲은 상당히 명상적이었다.

 

"길을 잃었다"라는 느낌을 주는 이런 날씨가 나는 좋다.

어쩌면 지금 내 마음 상태가 이와 같기 때문이 아닐까?

I feel like I'm lost on the corner of my life.

Am I walking on the right path?

약수터를 지나 바래봉 밑에까지도 길은 좋다.

봄날 따가운 햇살 아래 마셨던 약수는 냉장고에 넣어뒀던 물처럼 시원하고 맛있었는데 겨울에 마시는 약수는 밍밍하다.

그래도 여전히 뿜어져 나오는 약수가 반갑고 고맙다.

 

바래봉 500m 전부터는 급경사 오르막이다.

정령치에서부터 걸어오느라 진이 빠진 상태에서 땡볕에 여기를 오르느라 엄청 고생을 했었는데.

16km 산행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서 마음을 졸이고 잠을 설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참 세월이 빠르다.

바래봉은 민둥산이라 바람이 장난 아니다.

거의 선자령에서 맛보았던 그런 바람이다.

발을 옮길 때마다 몸이 휘청거렸다.

다행히 올라가는 길은 정비를 해놓았다.

정상 부근에는 데크 계단과 데크 전망대도 설치해놓았다.

나무로 되어있던 정상석도 돌로 바뀌었다.

바람 때문에 정신없이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갔다.

 

바래봉 정상

약수터 근처에서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팔랑치로 향하였다.

만발한 철쭉에 취해 걷던 길은 꽝꽝 얼어버린 눈으로 인해 빙판 길로 변하였다.

눈꽃은 볼 수 없지만 바람 때문에 상고대는 제대로 볼 수 있었다.

 

팔랑치에 있는 "바래봉 산철쭉 구별법" 안내판이 이 계절에 생뚱맞게 보인다.

이곳이 철쭉으로 뒤덮였던 그곳이었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팔랑치 

문득 영화 <초원의 빛>으로 더욱 유명해진 워즈워스의 시가 생각났다.

 

한때 그처럼 찬란했던 광채가

이제 영원히 사라졌다 한들 어떠랴

 

초원의 빛, 꽃의 영광 어린 시간을

그 어떤 것도 되불러올 수 없다 한들 어떠랴

 

우리 슬퍼하지 않으리, 오히려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라

 

지금까지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을

본원적인 공감에서

 

인간의 고통으로부터 솟아나

마음을 달래주는 생각에서

 

죽음 너머를 보는 신앙에서

그리고 지혜로운 정신을 가져다주는 세월에서.

 

그래, 내 인생의 꽃이 졌다 한들 어떠랴

꽃으로 영원히 살 수는 없는 법.

지나온 세월에서 지혜를 얻고 죽음 너머를 바라보는 믿음을 가진다면 그 또한 아름답지 않을까?

조망도 없고, 꽃도 없고.

그래서 다시 되돌아가기로 했다.

실망했느냐고?

아니.

계절마다 다른 아름다움이 있어서 좋다.

인생의 길목마다 뜻하지 않은 다른 기쁨이 있어서 좋다.

돌아갈 때는 편안하게 임도로 내려갔다.

이젠 좀 편안하게 살아도 되겠지?

꽃이 지고 잎사귀가 떨어져도 삶은 계속되는 것.

 


* 2013년 5월 21일 바래봉 산행기 blog.daum.net/misscat/492

 

2013.05.21 (남원) 세걸산(1,108m), 바래봉(1,16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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