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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2015.01.13 백두대간 7차: 상원사 ~ 두로령 ~ 두로봉 ~ 동대산 ~ 진고개

산행일시: 2015년 1월 13일 화요일 (흐린 후 맑음)
산행코스: 상원사 주차장 ~ 두로령 ~ 두로봉 ~ 차돌백이 ~ 동대산 ~ 진고개
산행거리: 대간 8.6km + 접속 7.8km = 16.4km
산행시간: 10:20 ~ 17:40
등산지도:

 

대간 길을 이으려면 신배령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번에 다들 너무 고생을 했는지 다시 조개골로 올라갈 엄두를 내지 않는다.

난 내 체력이 딸려서 그랬지 그렇게 힘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마 아무 걱정 없이 후미에서 따라가서 그랬나 보다.

선두에서 간 사람들은 밥도 못 먹고 길을 찾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하여 이번에는 신배령에서 두로봉까지를 건너뛰기로 하였다.

상원사 주차장에서 두로령까지 올라가는 길은 대로다.

 

차가 다닐 수 있는 널찍한 임도이기 때문에 힘들 건 하나도 없다.

게다가 오늘은 국공들을 피해 5시 30분 이후에 진고개로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다.

그래서 느긋하게 임도를 올라갔다.

예전에 오대산에 왔다가 두로령에서 상원사 주차장으로 내려갈 때는 금방 내려갔던 거 같은데 오늘 올라갈 때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거 같다.

오르막이라 그런가?

어쨌든 두로령까지 6.2km를 올라갔다.

 

두로령

두로령에는 큼직한 대간 표지석이 서있다.

진고개, 구룡령에 이어 세 번째 만나는 표지석이다.

이곳에서 임도를 따라 10.1km를 계속 가면 지난번 날머리였던 내면분소가 나온다.

 

두로령이 1,300m니까 두로봉까지 122m만 고도를 올리면 된다.

급하지 않은 1.6km의 오르막을 천천히 즐기며 간다.

두로봉으로 가는 길에는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는지 멧돼지 주의 표시판이 곳곳에 서있다.

어느 계절에 오나 좋을 것 같은 참으로 아름다운 산길이다.

기묘한 나무들과 주목들이 숲을 환상적으로 만들어준다.

벼락을 맞았는지 꺾인 가지 옆으로 몸을 비틀어 자란 나무,

 

죽은 나무 밑동 속에서 자란 나무,

 

반대로 죽은 나무를 감싸고 자란 나무,

 

쓰러져 죽은 나무와 접목하여 자란 나무,

 

몸통이 뻥 뚫린 나무 등등.

 

정말 하나하나 어쩜 그렇게 사연들이 많은지 그 이야기들을 다 듣고 가려니 발걸음이 자꾸 늦어진다.

어떻게 저런 모습으로 살아왔을까 싶은데 끈질긴 생명력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런데 그 나무들이 이렇게 말한다.

"우리를 봐.  우리 이렇게 살아왔잖아.  우리 이렇게 살고 있잖아."

그 숲에 있는 온갖 나무들이 내 어깨를 두드려준다.

"힘내.  지금껏 잘 살아왔어.  네가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족해.  눈에 보이는 결과에 연연하지 마."

마치 병원이나 고아원, 요양원에 봉사를 하러 갔다가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고 돌아온 느낌이다.

"고마워, 너희들을 잊지 않을게.  모진 풍파를 견뎌 온 너희들을 잊지 않고 기억할게."

두로봉에 도착하니 멀리 삼양목장도 보이고 동해 바다도 보인다.

 

신배령으로 가는 길은 밧줄로 묶어 출입금지임을 표시해놓았다.

 

두로봉 표지석이 어디 있나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어 포기하였는데 나중에 다른 사람들 사진을 보니 이 밧줄을 넘어 신배령 쪽으로 30m 정도 가면 있다.

이럴 때 혼란스러워진다.

원칙을 지킬 것인가, 말 것인가.

 

두로봉 정상 (퍼온 사진)

두로봉을 지나고 첫 번째 봉우리에서 점심을 먹었다.

비닐막을 뒤집어쓰고 먹고 있자니 누군가 지나가며 "여긴 아방궁이네." 한다. ㅋㅋ

 

이후 신선목이를 지나고 차돌백이를 지나 동대산으로 향하였다.

 

차돌백이

삼양목장을 바라보며 왼쪽으로는 동해를 끼고 가는 길이 참 좋다, 봉우리만 없다면.

이런 좋은 길도 있지만

 

두로봉 이후 여섯 번의 가파른 오르막이 있다.

씩씩하게 올라가다가 천천히 올라가다가 급기야는 비틀거리며 올라간다.

내가 큰 무리 없이 산행할 수 있는 거리가 14km인데 그 벽을 깨기가 쉽지 않다.

오늘도 산행 거리 14km에 근접해서는 다리가 풀린다.

17km 넘게 두 번이나 산행했으니 오늘은 좀 낫겠지 싶었는데 영 아니올시다.

뒤에서 오는 산우님이 보기에도 점점 힘이 빠지는 게 보이는가 보다.

쉬었다 가자는데 중간에 쉬면 못 일어날 거 같아 기를 쓰고 동대산까지 갔다.

 

동대산 정상

이제부터는 내리막이니 좀 낫겠지.

진고개 주차장까지 1.7km를 내려간다.

내려가다 보니 산죽이 무성한 비탈을 지난다.

오랜만에 보는 푸르름이 반갑다.

 

진고개 주차장을 500m 앞두고 국공들이 퇴근하기를 기다렸다.

오늘은 기온도 그다지 낮지 않고 무엇보다도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정말 산행하기 좋은 날씨였다.

전혀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려니 점점 추워진다.

옆 산우님의 우모복까지 껴입고 기운이 빠져 앉아있는 모습이 참 스타일 구긴다. ㅠㅠ

 

5:40 진고개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진고개

오늘은 편안한 산행이 될 거라고 했는데 왜 난 항상 힘들까? ㅠㅠ

체력 보강한다고 며칠 전부터 안 먹던 고기까지 먹었는데.

오히려 그 덕에 속이 탈이 나서 더 힘들었나?

참 갈 길이 멀다.

그래도 뒤돌아보면 "벌써 이 만큼 왔네." 하는 마음에 멈출 수가 없다.

Way to go!

 

Don't forget what you see and what you hear up in the mountain.

Life goes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