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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2016.12.13 백두대간 62차: 여원재 ~ 수정봉 ~ 주촌리

산행일시: 2016년 12월 13일 화요일 (약간 흐림)
산행코스: 여원재~ 입망치 ~ 수정봉 ~ 주촌리
산행거리: 대간 7.6km + 접속 0km = 7.6km
산행시간: 10:50 ~ 14:15

여원재~노치마을 20161213.gpx
0.13MB

등산지도:

 

그저께 밤에 자다가 죽는 줄 알았다.

갑자기 배가 너무 아파서 잠이 깼는데 두 시간 동안 배가 뒤틀리다가 토하고 설사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옷을 껴입고, 수면 양말을 신고, 오리털 이불을 겹으로 덮고, 핫팩까지 붙였건만 어찌나 추운지 몸이 정신없을 정도로 와들와들 떨렸다.

아니, 그건 떨린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고 거의 경련 상태였다.

어찌나 심하게 떨리는지 오늘 집에 아무도 없이 혼자 자는데 이러다 고독사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독감에 걸렸나?

대간을 마쳐야 하는데, 300 산도 이 달까지만 하면 다 채우는데, 아프면 안 되는데.

40분가량 그렇게 떨며 119를 부를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잠이 들었나 보다.

아침에 병원 문 열자마자 병원에 갔더니 너무 많이 토하고 설사를 하면 전해질이 다 빠져나가기 때문에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혈압도 낮아진다고 한다.

지난번에 탈이 난 위장이 아직도 다 회복이 안 되었나 보다.

조금만 과식을 하면 재발을 하니. ㅜㅜ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약을 사고 또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다.

그리고 어제 하루 종일 죽을 먹었다.

오늘 아침에도 빈속에 약을 먹고 버스를 타러 갔다.

기운이 없고 머리가 빙빙 돌았지만 간신히 급한 불만 끈 위가 또 탈이 날까 봐 뭘 먹을 엄두가 안 났다.

버스에 오르니 좌석에 산불재고 님이 주신 야생화 달력과 수건, 쏘마 님이 주신 야생화 사진첩이 놓여있었다.

어머, 고마워라.

 

그리고 총무인 루시아 언니가 떡과 사과를 나누어눴다.

오늘이 마지막 구간이라고 회비 남은 걸로 떡과 과일을 준비했다고 한다.

따끈따끈한 떡이 무척 맛있어 보였고, 너무 굶으면 산행할 기운이 없을 것 같아 나누어준 떡을 먹고 또 탈이 날까 겁이 나서 부랴부랴 약을 먹었다.

제발 무사히 완주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지난번에는 몰랐는데 오늘 가면서 보니 여원재까지 꽤 올라간다.

하긴 고도가 470m라고 하니.

여원재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여원재

이정표에 따라 조금씩 거리가 다르지만 여원재에 있는 이정표에 의하면 수정봉까지 4.8km이니 2시간이면 가지 않을까?

동네 야산을 따라 200m 정도 가면 시멘트길을 만난다.

 

시멘트길을 따라가다 왼쪽 산길로 접어든 다음 다시 임도를 만난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주지암이고 대간 길은 임도를 가로질러 산길로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나중에는 두 길이 만나는 것 같았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편안하고 아름다운 소나무 숲길을 걸어갔다.

 

오늘 날씨가 흐리지만 어차피 조망이 별로 없는 구간이니 크게 아쉬울 건 없다.

 

1시간 만에 입망치에 도착하였다.

여원재에서부터 3.1km이다.

 

                   입망치

이제 수정봉까지는 1.3km만 가면 된다.

오늘은 거리도 짧고 마지막 구간이라 대장님께서 함께 모여서 놀멘 놀멘 가자고 하셨다.

산행 끝나고 쫑파티가 있기 때문에 수정봉 올라가기 전에 간단히 간식을 먹었다.

 

간식을 먹고 수정봉에 올라 다시 한 번 단체 사진을 찍었다.

 

수정봉 정상

이제 3km 정도만 내려가면 끝이다.

연산골 갈림길을 지나니 고인돌 바위가 나타났다.

또 사진을 찍느라 한참 시간을 보냈다.

 

구룡폭포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250년 된 소나무 네 그루가 있는 노치마을에 도착한다.

 

250년 된 소나무

이제 산길은 이것으로 끝이라 이곳에서 마지막 단체 사진을 찍으며 한참 놀았다.

 

이정, 루시아, misscat, 벤도벤2, 예림맘, 뽀미초롱맘, oo, oo, 박사랑2, 지온

보호수가 있는 곳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노치샘이 있고, 조금 더 가면 노치마을 당산나무 아래 백두대간 지도가 있다.

 

노치샘

백두대간 길인 이곳에는 요즘 현대식 주택을 짓느라 한창 공사 중이었다.

나중에는 아파트가 들어설지도 모르겠다.

이미 군데군데 끊어진 대간 길이데 나중에는 지리산만 섬처럼 떨어져 나갈 수도 있을 것 같다. ㅠㅠ

 

정면에는 지리산 서북능선이 보였다.

 

덕치 보건소로 가는 길 가에는 산소들이 주르르 있었다.

난 무덤은 산에 만드는 걸로 알았는데 남쪽에 내려와 보면 평지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신기하다.

 

슬렁슬렁 걸어 덕치 보건소로 가서 긴 여정의 백두대간 산행을 마쳤다.

 

사실 이번 구간은 동네 뒷산처럼 편안하고 쉽게 산행할 수 있었는데 위에 탈이 나서 먹질 못해 기운이 없는 바람에 마지막까지도 힘들게 산행을 하였다.

하여튼 대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쉽게 산행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버스를 타고 근처 음식점에 가서 종주패 수여식을 하고 쫑파티를 하였다.

난 동문회에서 받은 Columbia Crest H3 Merlot 와인을 가져갔다.

술 마시는 사람이 없어 처박아뒀던 것인데 이럴 때 쓰게 되네.

 

와인으로 건배를 하고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하고 있는데 한잔 들어간 뽀미초롱 언니가 이렇게 구간을 짧게 나누고 2년 2개월 동안이나 대간을 하게 된 것이 모두 misscat 때문이라고 볼멘소리를 지른다.

뭐야, 취했나?

대장님께서는 절대 나 때문에 그런 게 아니고 자기 주관대로 구간을 나눈 것이라고 하는데 왜 아직도 대장님께서 나를 편애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누구 말대로 그저 예쁜 게 죄라고 생각해야지. ㅋㅋㅋ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간을 끝내서 후련하다.

다시는 쓸데없이 목적 산행을 해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