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6년 11월 24일 목요일
장소: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http://www.bel-ami.kr
사당역에 있는 카라쉬 호텔(Hotel Karashy) <벨 아미>에서 저녁을 먹었다.
"카라쉬"가 블랙이라는 뜻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호텔 외관도 블랙이고 부속 레스토랑인 <벨 아미>도 블랙 톤이었다.
호텔 정문 왼쪽에 있는 계단으로 내려가면 바로 레스토랑이다.
벌써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놓았다.
요새는 크리스마스 장식도 별로 없고 캐럴도 별로 안 들리는데 옛날이 그리워지는 건 내가 그만큼 늙었다는 뜻일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일 것 같은 장소에 와인병들이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오른쪽 벽 안쪽에 10개 남짓한 테이블이 있다.
전체적으로 블랙 톤인데 시크한 디자인의 소파가 생각보다 상당히 편해서 마음에 들었다.
디너 코스로 꽃등심 스테이크와 전복, 그리고 안심 스테이크를 주문하였다.
먼저 식전 빵이 나온다.
검은 빵과 하얀 빵이 나오는데 검은 빵은 담백하고 하얀 빵은 달달하다.
빵이 커서 검은 빵만 먹었는데도 배가 불렀다.
사실 빵 한 개가 내 아침 식사 양인데. ㅎㅎ
그런데 빵 하고 버터만 준다.
버터는 바르기 쉽도록 잘게 부수어놓았는데 그래도 버터보다는 올리브 오일이 낫지.
난 올리브 오일을 달라고 해서 찍어 먹었다.
그다음 애피타이저로 등심 스테이크에는 완두콩 퓌레와 연어, 안심 스테이크에는 관자가 나온다.
연어는 <이웃집 토토로> 모양으로 만든 것이라는데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다.
맛도 잘 모르겠고. ㅠㅠ
오늘의 스프로는 호박 스프가 나왔는데 너무 밍밍하였다.
전혀 가격에 합당하지 않은 스프였다.
그다음 파스타나 리조또를 하나 선택할 수 있는데 랍스터 리조또와 알리오 올리오를 시켰다.
애피타이저와 스프에 실망하고 있을 때 나온 알리오 올리오는 상당히 훌륭하였다.
올리브 오일과 해물, 마늘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어 맛있게 먹었다.
반면 랍스터 리조또는 바다를 표현한 것이라는데 맛보다는 모양에 더 신경을 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리조또가 우리나라 밥처럼 푹 익힌 것은 아니라지만 거의 생쌀을 먹는 듯했고 랍스터는 너무 차가워서 좀 생뚱맞게 느껴졌다.
스테이크 먹기 전 입가심하라고 나온 레몬 소르벳은 시중 제품이 아니라 제대로 만든 것 같아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다음 메인 요리인 등심 스테이크와 전복, 그리고 안심 스테이크가 나왔다.
둘 다 medium rare로 시켰는데 안심 스테이크는 medium으로, 등심 스테이크는 medium well-done으로 나왔다.
스테이크 옆에 놓인 것들은 분자 요리로 만든 것들이라는데 뭐 맛은 그냥 그렇고.
마지막으로 디저트와 티가 나왔다.
초코 무스와 화이트 초코 파우더, 그리고 옆에 찍은 건 망고와 딸기란다.
초코 무스가 너무 달지 않으면서 깊은 맛이 나서 좋았다.
망고와 딸기랑 같이 먹으니까 그야말로 새콤 달콤했다.
오늘 먹은 음식 중 제일 맛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집 커피잔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손잡이가 아주 편하게 디자인되어 있었다.
식기류는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다웠지만 그 위에 올려진 음식은 so-so였다.
요리보다는 디저트가 이 집의 장기인 것 같다.
예전에 백운호수에 있는 <라붐>에서 비슷한 가격대의 디너 코스를 먹은 적이 있는데 정말 일류 호텔 레스토랑 요리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음식이 훌륭하였다.
거기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다.
위치가 위치인지라 임대료가 비싸서 그런가?
참, 그나저나 <라붐>이 없어진 것 같다.
레스토랑이 카페로 변했다는데 무척 아쉽다.
정말 훌륭한 레스토랑이었는데. ㅠㅠ
다시 <벨 아미>로 돌아와서, 사당역 주변에 먹을 데가 수 만 군데인데 이런 비싼 레스토랑에서 먹는 사람들이 있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꽤 손님이 많다.
분위기는 조용하고 좋지만 나라면 다시는 와서 먹을 것 같지는 않다.
가성비로 따지자면 길 건너 <매드 포 갈릭>이나 <올리브 에비뉴>가 더 나은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