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6년 11월 15일 화요일 (맑음)
산행코스: 복성이재 ~ 봉화산 ~ 광대치 ~ 대안리
산행거리: 대간 8.4km + 접속 3.6km = 12.0km
산행시간: 11:00 ~ 15:45
산행트랙:
등산지도:
가을이 깊어가는 11월 복성이재에서 대간 길에 나섰다.
복성이재
복성이재에서 소나무 숲을 지나 조금 올라가니 바로 철쭉 군락지가 나온다.
봉화산이 철쭉으로 유명한 건 아는데 정말 많다!
여기 꽃이 다 피면 완전 철쭉 터널일 텐데.
예전에 봉화산 철쭉 구경하러 왔다가 대장이 알바를 하는 바람에 정상에는 가지 못하고 철쭉 행사장 앞에서 거꾸로 올라가 철쭉을 구경했던 생각이 난다.
산 사면 전체가 철쭉으로 뒤덮여 장관이었는데.
나중에 철쭉 필 때 한 번 다시 와야 할 것 같다.
복성이재에서 1km 정도 오르면 매봉이다.
매봉 정상
탁 트여서 조망이 좋다.
장수 쪽으로는 동화호가 보이고, 아영면 쪽으로는 흥부마을이 보이며, 가야 할 방향으로는 봉화산 정상이 보였다.
(동화호가 내려다보이는 장수 쪽)
(남원시 아양면 흥부마을)
(매봉에서 바라본 봉화산)
매봉에서 봉화산 정상까지 3km 정도 능선을 타고 가는 길은 정말 좋았다.
길게 이어진 철쭉 터널에는 간혹 철이 이른 건지, 철이 늦은 건지, 정신없는 철쭉도 만날 수 있었다.
날씨마저 맑고 봄 날씨처럼 따뜻한 데다 적당히 바람까지 불어 한결 기분이 좋았다.
앞에는 봉화산이 기다리고 있고, 뒤에는 다음에 가야 할 고남산이 있으며, 오른쪽으로는 지리산이 보였다.
봉화산
고남산
봉화산 정상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회원들이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였다.
다들 사진을 찍고 떠나기를 기다렸다가 나도 사진을 찍고 내려갔다.
봉화산 정상
봉화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대간 길이 너무 평화로워 보였다.
봉화산 정상을 지나면서부터는 철쭉 대신 억새가 능선을 뒤덮고 있었다.
맑은 하늘 아래 지리산이 선명하게 보였다.
(봉화산에서 바라본 지리산)
임도와 만나는 봉화산 쉼터에서 점심을 먹었다.
봉화산 쉼터
봉화산 쉼터에 봉화정이라는 정자가 있는데도 먼저 도착한 회원들이 다들 땅바닥에 앉아서 먹고 있었다.
왜 정자에서 먹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신발을 벗고 들어가라고 쓰여 있어서 그냥 땅바닥에 앉아 먹는다고 하였다.
정말 이렇게 바른생활 사람들만 있으면 나라꼴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ㅠㅠ
나도 땅바닥에 앉아서 점심을 먹고 광대치를 향하여 떠났다.
봉화산 쉼터에 있는 이정표에는 광대치까지 3.2km라고 나와 있었으나 오룩스 맵에 의하면 4km 가까이 되었다.
항상 그렇듯이 능선 길이라고 평지는 아니다.
잔 봉을 오르내리며 가는데 944봉 올라가는 길은 꽤 가팔라서 힘들었다.
(뒤돌아본 봉화산)
함양군 대안리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같이 오던 대정지기 님께서 대간을 완주하게 되어 스스로가 대견하지 않으냐고 물으셨다.
물론 대견하다.
일단 시작한 거니까 대간을 완주하고 싶었지만 진짜로 내가 완주할 수 있을까 매번 고민하고 의심하였다.
이제 세 구간만 더 하면 된다니 믿을 수가 없다!
그런데 대간 산행을 완주하게 된 것보다 내가 진짜로 스스로가 대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꼴 보기 싫은 것들을 보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참으면서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다.
예전 같았으면 싫으면 단칼에 끊었을 텐데 싫은 것도 참아내는 훈련을 제대로 한 것 같다.
이 생각, 저 생각하다 보니 어느덧 광대치에 도착하였다.
광대치
이제 대안리까지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광대치에서 400m 정도 내려가면 임도를 만난다.
이곳에서 오른쪽 대안마을로 간다.
아스팔트 도로를 조금 따라가다 보면 왼쪽으로 리본이 달려있다.
그곳에서 숲길로 들어서는데 무지막지하게 가파른 내리막이다.
낙엽까지 깔려있어 더 미끄러웠다.
이 길은 금세 아스팔트 임도와 다시 만난다.
또다시 아스팔트 임도를 따라가다가 왼쪽 리본이 달려있는 곳에서 숲길로 들어선다.
계곡을 만날 때까지는 가파른 낙엽길이나 너덜길이다.
난 이런 내리막이 진짜 싫은데. ㅠㅠ
온 정신을 집중하여 내려오는데 뒤에서 오던 임병수운 님이 "자알 미끄러져가네. 낙엽 스키 자알 타네." 하신다.
놀리는 듯한 그 말투에 순간 짜증이 폭발했다.
내가 내리막길에 약하다는 것을 알면서 그런 말을 하다니.
그러지 않아도 힘들어서 열나는데 더 열 받게 한다.
신경 쓰이니까 먼저 가시라고 하니까 낄낄대며 내려간다.
불과 몇 시간 전에 그동안 참는 훈련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또 이렇게 참지 못하고 성질 날 일이 생기니. ㅠㅠ
우울한 마음으로 대안리로 내려가 마을 개울가에서 발을 씻는데 옆에서 배추를 씻던 마을 아주머니께서 갑자기 "불났네." 하고 소리치신다.
뒤를 돌아다보니 길가 집 부엌에서 연기가 치솟으며 시뻘건 불꽃이 날름거리는 게 보였다.
다들 놀라 발 씻다 말고 물동이를 하나씩 들고 농가로 달려가서 물을 끼얹었다.
뒤늦게 산에서 내려오던 산우님들도 합세하여 불을 껐다.
아까 날 열나게 한 산우님은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자 제일 먼저 맨발로 달려가 불을 껐다.
그래서 용서해주기로. ㅋㅋ
불길이 잡힐 즈음 소방차와 경찰차가 도착하였다.
마침 우리가 거기에 있었기에 망정이지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에 아직 희망이 있는 것 아닐까?
대안리 대간 표지석으로 내려가 산행을 마쳤다.
오늘 산행이 크기 힘들지 않았는데 양말 때문인지 발이 쓸려서 너무 아팠다.
나중에는 양말이고 신발이고 다 벗어던지고 싶을 정도였다.
앞으로 세 번 남은 구간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