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6년 11월 14일 월요일
장소: CGV
이번 학기는 뭐가 그리 바쁜지 정신없이 흘러가고 있다.
뭐, 대부분 노느라고 바쁜 거지만. ㅋㅋ
아침에 갑자기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짜고짜 인덕원 롯데 시네마로 달려갔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시작하기 직전이었다.
표를 끊고 영화관으로 들어가니 텅~~ 빈 영화관에 영사기만 혼자 돌아가고 있었다.
와~ 오늘은 내가 영화관 독채로 전세 내서 영화 보게 생겼네. ㅎ
혼자 영화 보러 잘 다니지만 이렇게 정말 혼. 자. 서. 영화보기는 또 처음이다.
만화를 영화로 만든 <닥터 스트레인지>에서는 뇌섹남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천부적인 재능의 외과의사 스티븐 스트레인지로 나온다.
으레 그렇듯이 거만하고, 오만하고, 이기적이고 싸가지없는 그런 엘리트 의사 말이다.
잘 나가는 의사로서의 그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 초반,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그의 서랍장 안에 주르륵 진열되어있는 최고가 손목시계들이었다.
예전에 스위스를 여행하던 중 멋모르고 제네바에 있는 파텍 필립 스토어에 간 적이 있다.
난 그곳이 파텍 필립 시계 박물관인 줄 알고 갔는데 박물관이 아니라 상점이었던 것이다.
사실 그전까지는 파텍 필립이 시계 회사인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냥 시계 박물관 이름인 줄 알고 찾아간 것인데 그 상점, 아무나 못 들어간다.
경비원이 지키고 서서 예약을 했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안에다 인터폰을 해야 사람이 나와서 문을 열어주고 들어갈 수가 있다.
경비원은 내가 시계를 보러 왔다니까 안에다 연락을 했고 매니저인지 누군지가 나와서는 예약이 안 되어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예약해야 되는지 몰랐는데 시계를 보러 왔다고 하니까 문을 열어주었다.
유니클로 패딩 재킷에 운동화를 신고 간 내 차림새가 그런 비싼 시계를 살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을 텐데 웬일인지 친절하게 안으로 안내하여 상점 내부를 구경시켜 준 다음 박물관 티켓과 팸플릿까지 무료로 주었다!!
(박물관은 그곳에서 3, 4 정거장쯤 떨어져 있었다.)
역시 내 귀티는 서양 사람들도 알아보는군. ㅋㅋ
아니면 내가 중국 사람처럼 보였나? ㅠㅠ
중국 사람들은 허름하게 입고 있어도 돈을 척척 쓰니까 말이다.
어쨌든 덕분에 입이 떡 벌어지도록 엄청 비싼 시계들을 구경하게 되었는데 세상에 이런 시계들도 있구나 하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날이었다.
잠시 이야기가 옆으로 빠졌지만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면 내용 자체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
결론적으로는 나쁜 놈들과 좋은 놈들의 싸움이니까.
그런데 그 싸움의 내용이 날로 진화한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보면서 그 옛날 총알을 피해 다니던 <매트릭스>의 키아누 리브스가 떠올랐다.
잘 생긴 그 아저씨도 이제는 할배가 다 되었겠네. ㅠㅠ
이번에는 마법사들이 등장해서 난리부르스를 떤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요란한 CG 배경 속에서 결국 도망가고 쫓아다니며 치고받고 싸우는 거다.
다크 디멘션이란 놈도 넘 웃긴다.
악의 우두머리라면 좀 더 무섭고 powerful 해야 할 것 같은데 앵무새처럼 되풀이되는 게 싫다고 꼬리를 내리다니. ㅈㅈ
그럼에도 영화는 킬링 타임용으로 재미있었고 교훈도 있었다.
주인공의 여자 친구가 사고 후 절망하는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의사로서의 삶은 끝났지만 다른 삶의 의미를 찾을 것이라고 한다.
결국 그 말대로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찾게 되는데.
하나님께서는 한쪽 문을 닫으시면 다른 쪽 문을 열어두신다고 하셨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은 아직 이 땅에서 할 일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쿠키 영상이 두 개 있다는데 점원이 말은 안 해도 전원 스위치를 만지작거리며 빨리 나오라고 어찌나 보채는지 나 혼자 뻗댈 수도 없고, 할 수 없이 한 개만 보고 나왔다. ㅠㅠ
쿠키 영상을 보니 앞으로 이 영화는 시리즈로 계속 나올 것 같다.
영화관을 나서니 비가 오고 있었다.
우산을 안 가져왔는데...
오늘은 왠지 비를 맞아도 좋을 것 같아 우아하게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