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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2016.10.18 백두대간 56차: 성삼재 ~ 만복대 ~ 큰고리봉 ~ 주촌리

산행일시: 2016년 10월 18일 화요일 (맑음)
산행코스: 성삼재 ~ 작은고리봉 ~ 묘봉치 ~ 만복대 ~ 정령치 ~ 마애불상군 왕복 ~ 큰고리봉 ~ 주촌리
산행거리: 대간 13.0km + 마애불상군 왕복 0.6km = 13.6km
산행트랙:

성삼재~주촌리 20161018.gpx
0.24MB

등산지도:

 

춥기 전에 지리산 구간을 끝낸다고 하여 오늘 성삼재에서 주촌리까지 산행을 하게 되었다.

성삼재 휴게소에서 뱀사골 쪽으로 도로를 따라 조금만 가면 왼쪽으로 만복대 탐방로 입구가 나온다.

 

성삼재

만복대 탐방로 입구

만복대까지 5.3km란다.

오늘은 오르내림이 그다지 심하지 않다니까 마음 편히 산행을 시작하였다.

조금 오르면 억새가 우거진 헬기장이 나오고 작은고리봉이 보인다.

 

헬기장에서 내려가면 당동고개이고, 이곳에서 당동마을로 내려갈 수 있다. 

 

당동고개

당동고개에서 작은고리봉까지는 1km 정도 되는데 다소 가파르게 올라가야 한다.

오늘은 바람이 불지 않고 햇볕이 따뜻한지라 긴팔 티셔츠를 입었더니 여름철처럼 더워서 작은고리봉 올라가는 길이 힘들었다.

이런 날은 반팔을 입어야 하는데 찬 물도 없고 부채도 안 가져왔으니. ㅠㅠ

너무 더워서 땀이 잘 나지 않는 내가 등짝이 축축해질 정도였다.

단순히 덥기만 한 게 아니라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아파서 이러다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결국 모든 회원들을 앞세우고 작은고리봉 가기 전 조망터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성삼재 휴게소와 시암재 휴게소, 노고단에서 반야봉에 이르는 능선이 다 보였다.

그새 많이 왔네.

 

한동안 쉬다가 맨 꼴찌로 작은고리봉에 올라가니 회원들은 벌써 저 아래에서 서둘러 만복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여보게들, 무에 그리 급하신가?

 

작은고리봉 정상

그러거나 말거나 난 작은고리봉에서 점심을 먹었다.

덥기도 덥지만 아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아침을 제대로 안 먹었더니 더 기운이 없나 보다.

점심으로 싸가지고 온 샌드위치를 반 먹고, 삶은 계란도 먹고, 포도도 먹고, 비상용으로 가지고 온 박카스도 마셨다.

먹고 좀 쉬었더니 머리랑 가슴이 진정이 되어 쓰러져 죽을 거 같지는 않았다.

작은고리봉에서 잠시 가파르게 내려간 다음 능선을 타고 묘봉치로 향하였다.

 

작은고리봉에서 잔 봉을 몇 개 넘으며 1.6km 가면 묘봉치에 도착한다.

 

묘봉치

묘봉치에서는 상위마을로 내려갈 수 있다.

탐방로 공사를 한다고 묘봉치에 자재들을 쌓아놓고 인부들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묘봉치에서 만복대까지는 2km를 계속 올라가야 한다.

하늘은 맑고 가을 분위기도 나건만 난 도무지 더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ㅠㅠ

간신히 기운을 차렸는데 또다시 지쳐서 만복대 올라가는 길이 한없이 멀게 느껴졌다.

 

만복대

만복대 정상에는 벌써 선두 팀의 모습이 보였다.

만복대는 지리산 10 승지 중 하나로 많은 사람이 복을 누리며 살 수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난 만복대 올라가서 복 받기 전에 죽을 것 같다.

뒤를 돌아보니 어느덧 구름이 몰려와 성삼재 휴게소를 덮고 있었다.

 

지리산 날씨 변덕스럽기가 꼭 내 성격 같네.

다행히 구름이 아직은 노고단을 못 넘고 있어 멀리 천왕봉까지 볼 수 있었다.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고 팔, 다리를 걷어붙인 채 몇 번을 쉬어가며 간신히 만복대에 올랐다.

만복대 정상에는 다른 산악회 팀이 자리를 차지하고 사진을 찍느라 북적거렸다.

한참 기다린 후에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제 정령치까지 2km만 가면 된다.

 

만복대 정상

구름이 빠르게 몰려와 햇빛을 가려준 덕택에 만복대부터는 덥지 않아서 살 것 같았다.

 

(내려와서 바라본 만복대)

왼쪽으로는 고기댐과 주촌리가 보였다.

저기까지 내려가야 한다.

 

고기댐

구름 때문에 덥지 않은 데다 정령치까지는 내려가는 길이라 수월하게 갈 수 있었다.

 

정령치

정령치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주 능선은 역시 멋있었다.

내가 저기 다 갔었다는 거 아니냐? ^^

 

하지만 정령치에서 제일 매력적인 것은 내 기억대로 매점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오면서 계속 데미소다 애플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는데 매점에서 시원한 밀키스를 사서 벌컥벌컥 마셨다.

일행이 모든 떠난 후 한참 동안 테이블에서 앉아 마음껏 쉬다 큰고리봉을 향해 떠났다.

웬 여유?

정령치에서 300m 가면 마애불상군 갈림길이 나온다.

 

마애불상군 갈림길

300m만 가면 마애불상군이 있는데 대간 길에서 벗어나 있지만 길이 험하지 않기 때문에 갔다 오기로 하였다.

가는 길에는 멋진 잣나무 숲과 늪지가 있었다.

 

남원 개령암지 마애불상군에는 모두 12개의 불상이 있다는데 난 3개밖에 찾을 수가 없었다.

 

남원 개령암지 마애불상군

갈림길로 되돌아가 큰고리봉으로 올라갔다.

조망터에서 뒤돌아보니 만복대는 그새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뒤돌아본 정령치와 만복대)

큰고리봉 정상

2013년 5월 철쭉꽃이 만개했을 때 왔었던 기억이 난다.

큰고리봉에서 바래봉까지 능선을 타고 가는 길이 참 좋은데 그땐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그저 힘들고 더워서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오늘은 큰고리봉에서 고기리로 내려간다.

고기 삼거리까지 3.2km는 계속 내려가야 한다.

대장님께서 급경사 내리막길이라 조심하라고 하여 걱정을 했었는데 생각만큼 위험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밧줄 구간은 없었으니까.

잣나무가 많아 마치 가평 어느 산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경사도가 어느 정도 완만해지고 나서부터는 날듯이 내려간 덕분에 고기 삼거리에서 먼저 간 일행들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고기 삼거리 버스정류장

고기 삼거리에서 노치 마을을 지나 덕치 보건진료소까지는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가야 한다.

배낭을 버스에 벗어놓고 억새가 너울대는 도로를 따라 덕치 보건진료소까지 걸어갔다.

 

버스를 타고 다시 주촌마을로 가서 저녁을 먹고 서울로 돌아왔다.

초반에는 너무 덥고 힘들어서 시간이 많이 걸릴 줄 알았는데 만복대 이후 빨리 갈 수 있어서 1시간이나 단축했다.

이로써 지리산은 모두 끝냈다.

언제 또 지리산을 오게 되려나 모르겠다.

칠선 계곡도 가야 하고, 백무동 계곡도 가야 하는데...

그때까지 안녕!

성삼재~주촌리 20161018.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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