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6년 9월 30일 금요일 ~ 10월 1일 토요일 (맑음)
장소: 양지 Vision Village
비전 빌리지에서 교사 수련회가 있었다.
잠자기는 또 틀렸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웬걸? 프로그램을 보니 넘 널널하다.
이럴 때도 있네?
저녁 9시에 간략하게 전체 모임이 있었고, 그 후에는 부서별 모임이 있었다.
고등부 목사님과 교사 몇 분이 오셔서 세족식을 하였는데 뻔히 알면서도 뭉클한 게 있었다.
세족식 이후에는 자유로운 대화.
비전 빌리지 3층 숙소에서 자는데 못 오신 분들이 몇 분 계셔서 요를 세 개나 깔았더니 몸이 배기지 않아서 편안하게 잘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1시까지 자유시간이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비전 빌리지에 몇 번 와봤지만 항상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편안히 둘러보지를 못하였다.
오늘은 4시간 가까이 여유가 있기 때문에 구석구석 돌아보았다.
비전 빌리지는 선교사 훈련을 위해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에 건립되었다.
(http://www.visionvillage.org/)
1층에는 안내데스크와 로비, 카페테리아, 시안 홀, 그리고 식당인 오병이어 홀이 있다.
1층 로비
오병이어 홀 앞에는 이스라엘 정부의 허가를 받고 이스라엘에서 가져온 토기들이 있는데, 예수님 당시에 사용된 것들이라고 한다.
지하 1층에는 전체 모임을 가졌던 박모세 홀 외에 5개의 홀이 있다.
박모세 홀
2층에는 본당 격인 김사무엘 홀이 있고 세미나를 할 수 있는 9개의 홀, 그리고 카페테리아가 있다.
김사무엘 홀에서 처음 예배를 드리던 날 예배가 끝난 후 강대상 뒤편의 블라인드가 올라가면서 보이는 숲의 모습에 감탄을 했었는데.
이곳에서는 요새 결혼식도 하나보다.
오늘도 결혼식 준비를 하느라 한창이었다.
너무나 예쁜 결혼식장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선교사가 파송된 나라 이름들이 적혀있다.)
김사무엘 홀
2층 카페테리아
3층에는 숙소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온돌방이 17개 있다.
밖으로 나가면 산책로와 하용조 목사님 묘소, 그리고 하용조 목사님이 돌아가신 후 새로 지은 <하용조 목사 기념관>과 <하용조 기념 채플>이 있다.
산책로 가는 길
<하용조 목사 기념관>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기념관>이라 하여 하 목사님의 사진이라던가 저서, 설교 CD 등이 있을 줄 알았는데 사진 한 장 걸려있지 않았다.
입구를 들어가면 어두컴컴한 통로 같은 것이 나온다.
통로가 휘어져있기 때문에 그 끝에 있는 출구는 보이지 않으면서 빛만 보인다.
빛을 향해 통로를 따라 가면 밖에 설치된 계단이 나온다.
그리고 계단 천장에는 십자가 모양의 바가 있다.
그게 전부인데, 그곳을 걸어가면서 정말 울컥하였다.
처음엔 뭐지?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두컴컴한 통로를 지나 십자가 밑의 계단을 올라가면서 마치 죽음을 지나 천국으로 가는 느낌이 들었다.
하나의 건축물이 이렇게 간결하면서도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하용조 목사 기념관
(계단을 올라가서 본 모습)
계단을 올라가면 자그마한 <하용조 기념 채플>이 있다.
돌멩이를 쌓아 만든 담벼락이 내부로 연결되면서 그대로 벽면이 된다.
천장과 나머지 두면은 나무로 되어있고, 강대상 뒤는 역시 유리로 되어있다.
미적 감각이 뛰어나셨던 하 목사님께서 보셨더라면 분명 마음에 들어하셨을 것 같다.
하 목사님께 꼭 어울리는 기념관과 채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채플 왼쪽 동산에는 하 목사님 묘소가 있다.
문막 온누리동산에 있던 묘를 기념관을 지으면서 이곳으로 옮겨왔다.
그토록 선교에 목을 매던 하 목사님의 뜻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하 목사님의 묘는 봉분 없이 묘석만 있는데 나무로 둘러싸인 그곳에서 한참 앉아 울었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사람이 두 명 있다.
아빠와 하 목사님.
과묵하셨던 아빠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고 하 목사님과는 개인적으로 말 한마디 한 적이 없다.
하지만 두 분 모두 내게 너무나 큰 사랑을 주셨다.
언제나 기다려주며 격려해주고 믿어주는 사랑.
존재 자체만으로도 안심이 되고 힘이 되는 그런 분들이었는데.
두 분이 너무 보고 싶다.
언젠가는 만나리라는 소망으로 그리움을 달래 본다.
한 동안 묘소 앞에 있는 바위에 앉아있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숲 속 왼쪽에 소박한 나무 십자가가 눈이 띄었다.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내 곁에 계시는 예수님처럼 느껴졌다.
점심시간까지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았으므로 비전 빌리지를 나와 2km 정도 떨어진 <한국 기독교 순교자 기념관>에 가봤다.
금박산 기슭에 있는 순교자 기념관까지 올라가는 길 양편에는 그새 고급 전원주택들이 들어서 있었다.
순교자 기념공원 표지석이 있는 곳에서부터는 길 양쪽으로 순교자 기념석들이 서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순교자인 토마스 선교사 이후 2,000명이 넘는 순교자가 나왔다고 한다.
순교자 기념관 2층에는 세미나실이 있고 3층에는 253명의 순교자 존영이 있는데 각각의 사진 밑에 언제, 어떻게 순교했는지 적혀있었다.
내가 지금 편하게 신앙생활하고 있는 것이 수많은 순교자들의 피 흘림 덕분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감사함과 책임감이 생겼다.
다시 비전 빌리지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두 번째 만남에서 강연을 들은 후 집으로 돌아왔다.
짧은 리트릿이었지만, 말 그대로 <retreat>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그 어떤 말씀보다도 강하게 내 영혼을 울린 리트릿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