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6년 8월 15일 월요일 (맑음)
장소: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02-2269-5834)
http://jihwajafood.co.kr/
청운동에 있는 궁중음식점 <지화자>에 다녀왔다.
조선왕조 궁정 음식은 조선의 마지막 주방 상궁이었던 한희순에게서 전수받은 사람들이 재현하고 있단다.
한희순은 1대 기능보유자였고, 2대 기능보유자가 <지화자>를 설립한 황혜성 교수이다.
황혜성 교수는 돌아가시고 지금은 그의 자녀들이 대를 이어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황혜성 교수의 장녀가 유명한 요리가 한복려 씨로 3대 기능보유자이다.
그리고 차녀가 역시 유명한 요리사인 한복선씨이다.
여러 가지 메뉴 중 궁중 잔치에 나오는 음식이라는 궁중진찬을 먹어보았다.
궁중 잔치는 그 규모에 따라서 진연, 진찬, 진작이라고 한단다.
진연은 나라의 일로 경사가 있을 때 대궐 안에서 베푸는 잔치이고, 진찬은 왕족 간에 경사가 있을 때에 베푸는 잔치로 진연보다는 의식절차가 간단하지만 연회 음식의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진작은 진연 절차 가운데 축하하는 술잔을 올리는 절차란다.
잔칫날 왕이 받는 상을 진어상이라고 한다는데, <지화자>의 궁중진찬은 진어미수, 진어별미, 진어별미탕, 진어맛가심, 진어대선, 진어수라, 진어다과로 구성되어 있었다.
술잔을 올리면서 함께 내는 음식인 진어미수로는 마른안주, 팥죽과 침채, 임자수탕, 규아상과 매실섭산적, 탕평채가 나왔다.
마른안주는 밤, 다시마 튀김, 은행, 호두 정과, 육포가 나왔는데 호두 정과는 많이 달지 않아 좋았고 육포도 짜지 않아서 좋았다.
별미죽으로는 내일이 말복이라고 팥죽이 나왔는데 팥을 걸러 입안에서 걸리는 게 하나도 없이 부드럽게 넘어갔다.
침채 또한 여름이라고 물김치가 나왔다.
별미탕으로는 임자수탕이 나왔다.
영계를 곤 닭국물에 볶은 깨를 함께 갈아 찢어 놓은 닭고기와 오이채, 볶은 버섯, 황지단, 홍고추채를 넣어 냉국으로 만든 것이다.
깨를 함께 갈아서 그런지 닭 국물 냄새가 하나도 나지 않고 담백했다.
미만두라고도 하는 규아상은 오이, 표고버섯, 소고기로 소를 만든 여름에 먹는 찐만두이다.
오이 때문에 아삭하게 씹히며 상큼했다.
별미선으로 나온 매실섭산적은 부드러웠지만 약간 느끼했다.
계절 별미채로는 미나리, 표고버섯, 소고기, 황지단을 넣은 탕평채가 나왔다.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별 기대 안 했지만 정말 깔끔하고 맛있었다.
제일 맛있게 먹은 음식 중 하나였다.
그다음 진어별미로는 더덕 산적과 소고기과일편채가 나왔다.
더덕산적 또한 부드러웠지만 더덕향이 너무 없어진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고기과일편채는 상큼하고 깔끔했지만 겨자가 많이 들어가서 내 입에는 조금 매웠다.
진어별미탕으로는 두부버섯전골이 나왔는데 전골 자체에는 간을 거의 하지 않은 것 같았고 초간장을 찍어먹도록 하였다.
진어맛가심으로는 별미빙과채라고 딸기 셔벳이 나왔다.
원래는 고기를 먹기 전에 소금물로 입안을 헹구었다고 한다.
맛은 있었지만 아무리 현대적이라도 궁중음식에 딸기 셔벳은 좀... ㅠㅠ
진어대선으로는 차돌박이구이와 수삼채소생채가 나왔다.
수삼채소생채를 차돌박이로 싸서 먹으니 전혀 느끼하지 않고 좋았다.
이 음식은 요리하기 좋아하는 올케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
진어수라로는 골동반수라와 전복죽을 선택할 수 있는데 난 전복죽을 선택하였다.
내장까지 넣어 끓여 만든 전복죽은 역시 전혀 간을 하지 않았지만 북어보푸라기와 반찬과 함께 먹으니 괜찮았다.
마지막으로 진어다과로 수정과, 약과, 한과, 참외가 나왔는데 약과를 좀 별로...
한 가지 음식을 다 먹으면 그다음 음식이 나오고 하는 바람에 두 시간에 걸쳐 식사를 하였다.
음식은 대체로 심심하였다.
원래 짜게 먹지 않는 편이라 괜찮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싱겁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간이 강하지 않다 보니(사실 어떤 음식들은 전혀 간이 되어있지 않았다.) 재료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요새는 워낙 다들 잘 먹다 보니 궁중 음식이라 하여 특별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결국 제철 음식을 골고루 조금씩 먹는 것이 최고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일이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궁중음식을 문화 체험한다고 생각하면 좋은데 이렇게 비싼 음식을 내 돈 내고 먹지는 않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