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6년 4월 5일 화요일 (맑음)
산행코스: 분지리 안말 ~ 사다리재 ~ 곰틀봉 ~ 이만봉 ~ 희양산 ~ 지름티재 ~ 구왕봉 ~ 호리골재 ~ 은티마을
산행거리: 대간 7.6km + 접속 5.8km = 13.4km
산행시간: 10:05 ~ 17:45
산행트랙:
등산지도:
오늘은 대간 중에서 최고 난이도 구간 중 하나라는 희양산 구간을 간다.
조령산 구간도 지나왔고, 선운사 사자바위도 내려왔으니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으로 산행을 시작하였다.
원래는 은티마을에서 분지리로 산행하려고 하였으나 지킴이들을 피해 역방향으로 산행하게 된 것이다.
분지리 안말로 가기 직전 도로에서 하차하여 지난번과 같이 사다리재로 가는 길에 올라섰다.
이곳도 입산금지 구간이지만 어쩌랴.
차라리 사전허가제를 하면 될 텐데 이렇게 무조건 막아놓고 여러 사람 범법자 만든다. ㅠㅠ
사다리골은 1주 사이에 봄 내음이 물씬 풍겼다.
간간이 현호색도 보이고 생강나무 꽃도 보였다.
하지만 봄기운에 취하기에는 과도한 급경사 오름이다.
안말에서 사다리재까지 가는 길은 가파른 오름의 연속이고, 게다가 묘지를 지나고 나서부터는 너덜 오름길이다.
올라 갈수록 발밑의 돌들은 커져서 더욱 올라가기가 힘들다.
하지만 한 번 갔던 길이라 확실히 지난주보다는 덜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아니면 휴게소에서 밥을 먹어서 그런가?
어쨌든 길을 알고 끝이 어디인지 아는지라 페이스 조절도 가능하고 힘들어도 참을 수 있었다.
인생도 이와 같다면 한결 수월할 텐데.
어려움의 끝이 어디인지 안다면,
그 길이 어떻게 될지 안다면 훨씬 나을 텐데.
그런데 나는 인생의 끝이 어디인지, 죽음 이후에 갈 곳이 어딘지 아는 사람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땅에서의 삶이 달라야 하지 않을까?
힘들게 사다리골을 올라가며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묵상했다.
그 와중에 지난주 정신없이 땅만 쳐다보며 올라가다 머리를 호되게 부딪친 나무를 이번에는 요령껏 피해 갔다.
안말에서 1.9km, 한 시간 만에 사다리재에 도착하였다.
사다리재
지난번보다 천천히 올라갔다고 생각했는데 10분이나 빨리 올라갔다.
서두른다고 빨리 가는 것도 아닌 것을 산행을 통해 배운다.
오늘은 사다리재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미세 먼지가 많이 걷혀서 지난주보다 조망이 훨씬 좋았다.
지난번 비올 때 사진을 찍었더니 물이 들어갔는지 화질이 선명하질 않는데 실제로는 사진보다 훨씬 더 깨끗하고 맑아서 멋진 경치를 만끽할 수 있었다.
곰틀봉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제비꽃과 현호색이 마중 나와 있었다.
노랑제비꽃
제비꽃
현호색
곰틀봉에는 표지석이 없이 고목에 누군가 곰틀봉이라고 새겨놓았다.
이 멋진 곳에 표지석이 없는 것이 아쉬웠나 보다.
곰틀봉 정상
옛날에 곰을 잡는 틀을 놓았다고 해서 곰틀봉이라는데 이곳에도 곰이 많았나 보다.
곰틀봉을 내려갔다가 이만봉으로 올라갔다.
(뒤돌아본 곰틀봉)
이만봉 정상
이만봉을 지난 후 짧은 암릉 길을 지난다.
좌측 앞쪽으로 가야 할 희양산이 보였다.
희양산
희양산 남릉의 멋진 모습
이만이골을 통해 도막으로 내려가는 도막 갈림길을 지나서 시루봉 방향으로 갔다.
시루봉으로 가는 길은 아주 평탄하고 좋았다.
가다 보니 앞서 간 일행들이 모여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앞에 있는 이정표에 의하면 이곳에서 은티마을로 내려갈 수 있고 또한 시루봉은 지나온 것으로 되어 있었다.
오는 길에 시루봉 가는 길을 못 봤는데 어떻게 된 거지?
알면서도 그냥 온 사람들도 있고 모르고 지나친 사람들도 있었다.
뭐, 시루봉은 대간 길이 아니라니까.
극성맞게 시루봉까지 갔다 오겠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난 맘 편하게 시루봉은 skip 하기로 하고 일행과 함께 점심을 먹고 길을 떠났다.
희양산으로 가는 길에는 희양산성이 나온다.
희양산성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성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도처에 산성이 많기도 하네.
이 많은 돌들은 다 어디서 났으면 또 어떻게 쌓았는지 모르겠다.
905봉을 지나면 다시 한 번 은티마을 갈림길이 나오고,
곧이어 지름티재로 내려가는 구왕봉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희양산이다.
조금만 가파르게 올라가면 희양산 정상에 이르는 능선인데 조망이 끝내준다.
구왕봉(지름티재에서 여기 오르느라 죽는 줄 알았다.)
저 아래 보이는 봉암사
모두들 경치에 취해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k현민 님이 함께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멋진 대간 길을 같이 걸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정작 대간을 중단한 본인은 괜찮은가 본데 왜 내가 이리도 아쉬운지 모르겠다.
뭐든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라서 그런가 보다.
나나 잘하자.
사진을 찍느라 희양산 정상에서도 시간을 많이 보냈다.
오늘도 5시 이전에는 내려가면 안 된다고 하여 대장님을 포함하여 다들 흥청망청 시간을 보냈는데 결국엔 시간이 모자라 중간에 탈출하게 되었다. ㅠㅠ
희양산 정상
다시 구왕봉 갈림길로 내려가는 지점으로 돌아가 지름티재로 내려갔다.
희양산과 구왕봉 사이에 있는 지름티재는 지름(기름)을 칠해놓은 것처럼 미끄럽다 하여 지름티재라 불렀다고 하는데, 희양산에서 지름티재까지 내려가는 길과 이후에 지름티재에서 구왕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얼마나 가파른지 과연 그 이름값을 하였다.
도대체 이 밧줄이 언제 끝나나 싶은데 적어도 100m 이상은 밧줄을 잡고 내려간 것 같다.
나중에는 온몸에 힘이 빠지고 팔이 아파서 밧줄을 잡고 있기조차 힘들었다.
이를 악물고 내려가고 나니 다리에 힘이 풀려 덜덜 떨린다.
미끄러지고 부딪히고 제정신이 아니다.
지름티재에서는 은티마을로 내려갈 수 있다.
지름티재
동행했던 흰마루 선생님께서는 이곳에서 하산하시겠다고 했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같이 가시자고 했더니 구왕봉 올라가는 길이 힘들다고 싫다고 하신다.
나중에야 선생님께서 탁월한 선택을 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파르게 올라가면,
중간에 전망대가 나온다.
힘들지만 경치는 진짜 좋다!
기다시피 하여 다시 한 번 힘들게 올라가면 구왕봉이다.
지름티재에서 구왕봉으로 올라가는 것에 비하면 분지리에서 사다리재까지 올라가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구왕봉 정상
구왕봉에 도착하니 하산 완료 시간까지 1시간이 조금 더 남아 있을 뿐이었다.
주치봉을 지나 은티마을까지 내려가려면 적어도 두 시간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큰일이다.
부리나케 발걸음을 내디뎠다.
마당바위를 지나고,
기묘하게 쌓여있는 바위를 지나,
무덤이 있는 호리골재에 도착하니 앞서 간 산우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호리골재
원래는 주치봉을 넘고 오봉정재까지 가서 은티마을로 내려 가려했으나 예상된 시간을 초과하게 되어 대장님께서 이곳에서 하산하라고 하셨다 하였다.
호리골재에서 은티마을로 가는 길은 비교적 완만한 내리막이었다.
조금 내려가니 길도 넓어져서 차가 다녀도 될 정도였다.
은티마을은 그 형세가 여성의 성기와 같아서 음기가 세다고 하는데 그러한 음기를 막기 위해 남근석과 전나무 등을 심어 놓았다고 한다.
길 양 옆으로는 진달래와 생강나무 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다음번에 왔을 때는 더 많이 피어있을까? 아니면 이미 다 지고 없을까?
지름티재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에 도착하니 대장님과 일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입산금지 안내판과 현수막을 뒤로하고 은티마을로 내려가는 길 양 옆으로는 사과나무 과수원이다.
내려가는 길 중간에 두꺼비 바위와 같은 바위가 있었는데 두꺼비 꽁무니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이것도 음기하고 상관이 있는 건가?
마을 입구에는 장승과 마을 유래비가 있었으며, 멋들어진 노송들이 즐비하였다.
희양산과 구왕봉, 정말 멋있었지만 그만큼 힘들었다.
내 체력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게 정말 대견한다.
다음에 또 희양산을 가게 된다면 은티마을에서 지름티재로 가서 희양산으로 오르는 게 훨씬 수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