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26년 2월 18일 수요일 (맑음)
장소: 롯데시네마 평촌

매번 텅텅 빈 극장에서 영화를 봤는데 오늘은 모처럼 사람들이 꽉 찬 극장에서 영화를 보았다.
<왕과 사는 남자>는 마을을 살리기 위해 청령포를 유배지로 만든 촌장 엄흥도와 계유정난으로 인해 청령포로 유배된 단종의 이야기다.
작년 1월, 백병산 산행을 한 후 청령포에 들렀다.
서강으로 둘러싸인 청령포는 강폭이 얼마 되지 않아 충분히 헤엄을 쳐서 건널 수 있을 것 같았다.
창살 없는 감옥과 같은 그곳에서 지내야만 했던 단종을 생각하니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지 추측이 된다.
단종이 한양을 그리워하며 돌탑을 쌓았다는 망향탑이나 노산군으로 강등된 후 석양을 보며 시름에 잠겼다는 노산대에서는 단종의 비애가 느껴졌다.
근처에는 단종의 묘인 장릉이 있다.
(이곳은 재작년에 시루산, 발산 산행 후 가봤다.)
단종이 죽은 후 후환이 두려워 시신을 거두는 사람이 없었는데 엄흥도가 몰래 시신을 거두어 이곳에 임시로 매장하였으며 이후 중종 때 묘를 찾아 봉분을 만들었다고 한다.
장릉은 조선 왕릉 중 유일하게 지방에 있는 능이며, 다른 왕릉들과는 다르게 단종의 충신들을 위한 건조물이 있다.
물론 엄흥도의 정려각도 있다.
영화를 먼저 보고 나서 청령포와 장릉을 갔더라면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불쌍한 어린 왕.
단종도 죽고, 수양대군도 죽고, 한명회도 죽었다.
어차피 유한한 인생을 살면서 왜 그리 욕심을 내는지...
이 땅이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라는 걸 안다면 그럴 필요가 없을 텐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해진이 다한 영화다.
참 대단한 배우다.
그런데 오달수는 왜 그리 측은해 보일까?
통통 튀던 끼는 어디로 다 가고 잔뜩 주눅 든 모습처럼 보여 마음이 안 좋았다.
진실은 본인과 하나님만이 아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