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책 <지구를 구할 여자들>(Mother of Invention)

지은이: Katrine Marçal

 

 

분홍색 표지에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과학기술사 뒤집어 보기"라는 부제가 있어 가볍게 읽으면 되는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발명에서 시작하여 젠더 문제, 기후 위기 문제, 코로나 팬데믹 문제, 긱 이코노미 문제까지 근, 현대 기술사에 관한 저자의 통찰력과 해석에 매료되었다.
저자는 젠더 관념이 경제와 기술 개발에 미친 영향에 관해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바퀴가 달린 여행용 가방이 바퀴가 발명된 후 5000년이나 지나서 만들어진 이유나 100여 년 전에 나왔던 전기차가 빛을 못 보았던 이유, 여성의 저임금 직업이었던 컴퓨터 일이 고소득 남성 직업이 된 이유 등을 젠더 과점에서 설명한다.
오랫동안 노동 시장은 젠더로 나뉘었다.
남성적인 일은 전문적인, 따라서 고임금 일인 반면 여성적인 일은 비전문적인, 따라서 저임금 일이었다.
그 이유는 여성이 하는 일을 "기술적인 것"으로 바라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똑같은 일을 남성이 하게 될 때는 전문직이 되어버린다.
저자는 남성이 고임금 일자리를 전부 낚아챈 것이 아니라 남성이 하기 때문에 특정 직업의 임금이 높아지고 전문직이 된다고 본다.
남성이 캔버스에 유화로 추상 작품을 그리면 그 작품은 예술이라 불리는 반면 여성이 직물로 똑같은 작품을 만들면 그 작품은 공예품으로 불리는 것이나 여성들이 하던 조산사 일은 비전문적인 일로 간주하는 저임금 노동이었지만 남성이 산부인과 의사가 되면 고소득 전문의가 되는 것 등이 그 예다.
이처럼 여성과 여성적인 것이라 여겨지던 것은 경제와 기술 발전에서 제외되어왔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힘으로 상징되던 남성성이 기계로 대체된 것처럼 앞으로는 지능으로 상징되는 남성성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다.
과연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간에게 남을 것은 무엇인가?
저자는 여성적인 것이라고 무시되던 "스프트 스킬"이라고 말한다.
즉, 감정, 관계, 돌봄이 미래 기술이 될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그동안 무시하던 여성성의 가치를 인정하고 기술보다는 인간과 인간관계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경제사와 기술사를 젠더의 관점에서 해석한 것이 무척 새롭고 흥미로웠다.
"페미"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오늘날, 진정한 의미의 페미니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남성과 여성은 상호보완적인 존재들이니까.
하나님께서 여자를 만드신 이유도 남자에게 돕는 배필(helper)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남자가 완벽하다면 helper가 왜 필요하겠는가?
그러니 서로 다투거나 우열을 가리려 하지 말고 서로의 장점과 그 가치를 인정해 주도록 하자.
그것은 젠더를 떠나 인간관계의 기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