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25년 6월 12일 목요일 (맑음)
산행코스: 주수 1리 ~ 개광사 ~ 밥봉 ~ 한라망상공원 ~ 동해휴게소
산행거리: 5.2km
산행시간: 10:32 ~ 13:35
산행트랙:
(개광사에서부터 기록)
등산지도:
몇 년 전 눈길을 잡아끄는 사진 한 장을 보았다.
2019년 있었던 산불로 인해 민둥산이 되어버린 밥봉의 모습이었다.
그을음으로 거뭇거뭇해진 그 모습에 저길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피해 주민들에 대한 지원은 다 끝난 상태이겠지만 산에 다니는 사람으로서 나는 솔직히 사람보다는 산을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괜찮다고, 잘 버텨냈다고 토닥여주고 싶은 마음.
이래저래 시간만 흘러가다가 드디어 오늘 그곳에 가게 되었다.
주수 1리 입구에서 내려 개광사 쪽으로 가면 절 오른쪽에 등산로가 있다.
등로는 뚜렷하지만 등로 중간에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상태가 아주 좋지는 않다.
개광사
이후 임도를 만나면 임도를 가로질러 올라간다.
흙이 부스러져내려 올라가기 힘들었다.
게다가 등로는 지도상에만 남아있을 뿐 없다고 봐야 할 정도였다.
목요산행 피해서 왔는데 또 오지산행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길지 않아 다행이었다.
능선에 합류하면 등로가 거의 임도 수준이다.
아니, 임도인가?
이곳은 인공조림과 자연조림을 함께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푸르름이 온 산을 뒤덮고 있어 나무들만 잘 자라면 될 것 같다.
털중나리와 으아리가 많이 피어 이곳이 그을음만 남아있던 화재의 현장이라는 것이 실감이 안 날 정도였다.
아무리 죽을 것 같은 어려움과 괴로움도 지나가고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것임을 자연을 통해 배운다.
털중나리
으아리
큰 나무들이 없는 덕분에 조망은 정말 좋다.
강릉 옥계 산업단지와 그 뒤로 동해가 보이고, 스키장처럼 하얗게 속살을 드러낸 자병산과 시멘트 공장도 보이고, 그 뒤로 대간 마루금도 보인다.
단, 그늘을 막아줄 나무들이 없어 땡볕을 내내 머리에 이고 다닐 것은 각오해야 한다.
강릉 옥계 산업단지
자병산(스키 슬로프처럼 생긴 곳)
(밥봉으로 가는 능선)
산에서 잠든 분을 위한 작은 추모비를 지나 밥봉을 향해 간다.
밥봉 주위에는 산불 현장을 목격했던 나무들이 남아있다.
나도 자연의 그 생명력을 닮아가야겠다.
밥봉 정상에는 정상석과 빙빙 돌아가는 숟가락 조형물이 있다.
이왕이면 밥그릇도 하나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ㅎ
밥봉 정상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긴 식사 시간을 가졌다.
상처가 회복되어 가는 산의 푸르름도 너무 예쁘고, 옥색과 군청색의 바다도 너무 예쁘고, 파란 하늘도 너무 예쁘고.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밥봉 정상
그런데 지도에는 이곳이 밥봉이 아니네?
앞에 있는 대머리봉이 밥봉이라고 나와 있다.
높이도 대머리봉이 더 높고, 모양도 더 밥그릇 엎어놓은 것 같은데...
대머리봉 정상에는 매트를 깔아놓아 식물이 자라지 못하고 있다.
아마 이곳에 헬기장을 설치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참, 대머리봉은 그냥 내가 붙인 이름이다. ㅎ
모자가 날아갈 정도로 바람이 강하게 부는 대머리봉에서는 360도 파노라마 조망이 가능하다.
진짜 밥봉으로 가는 길
진짜 밥봉 정상
대머리봉을 가파르게 내려간 후 왼쪽으로 가서 동해휴게소로 내려갔다.
먼지가 풀풀 나는 흙에 잔 돌들이 깔려있어 내려가는 길이 상당히 미끄러웠다.
동해휴게소로 내려가면 한라망상공원 입구가 나온다.
지금 내려온 산이 한라망상공원이란 말인가?
가볍게 오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동해휴게소에서 산행을 끝내고 망상 해변까지 걸어갔다.
동해휴게소에서 해변으로 나가는 길을 못 찾아 헤매었는데 망상해변 쪽으로 가다가 오른쪽에 있는 가드레일을 넘어야 한다.
깔지가 없었다면 못 찾았을 것 같다.
아직 찾는 이 없는 조용한 해변은 그 자체로 힘든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리고 하나님께서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실 것이다.
해변 식당에서 물회를 먹었다.
식당 천장에 제비들이 집을 짓고 있었다.
도심에서는 못 본 지 오래되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 제비가 있었네.
여유롭게 식사를 하고 쉬다가 상경하였다.
이 근처에 올망졸망한 산들이 많던데 연계하여 산행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