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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25.01.16 (정선) 상원산(1,421m), 옥갑산(1,285m)

산행일시: 2025년 1월 16일 목요일 (눈)
산행코스: 자개3교 ~ 상원산 ~ 옥갑산 ~ 상옥갑사 ~ 하옥갑사 ~ 옥갑사 입구
산행거리: 11.5km
산행시간: 10:15 ~ 17:18
산행트랙:

(정선)상원산, 옥갑산 20250116.gpx
0.06MB

등산지도:

나라 안팎의 사정도 춥고, 사람들 마음도 춥고, 날씨도 춥고, 이번 겨울은 참 춥다.
그래도 봄은 오겠지.
봄이 오기 전 추운 겨울을 온몸으로 느끼려 산으로 간다. (내가 생각해도 이유가 참 가지가지다.ㅎ)
오늘 산행은 고도 1,000m 이상을 올렸다가 내려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다.
자개3교 못미처에서 내려 눈 덮인 하천을 따라 자개3교로 갔다.
<자개골흙집>을 지나 자개3교로 가면 <긴집민박>이 있고, <긴집민박> 표지석 왼쪽으로 등산로 입구가 있다.

 

이끼 낀 가파른 너덜 오름길이 시작된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힘차게 올라가려는데 카라가 아이젠을 착용하고 있었다.
고수가 하는데 하수가 안 할 수 없지.
아이젠을 착용하고 너덜길을 올라간 후 계속 가파르게 올라간다.
오늘 춥다고 해서 상의를 다섯 개나 껴입었다가 더워서 세 개를 벗고 티셔츠 두 개만 입고 신행을 하였다.
괜히 많이 껴입고 왔네.
옷도 은근히 무거운데...

 

1km 가량 빡세게 올라가면 임도를 만난다.
임도를 가로질러 다시 가파르게 올라간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추워지며 바람도 강하게 불고 눈이 날려서 벗었던 옷들을 다시 껴입고 후드까지 뒤집어썼다.
많이 입고 오길 잘했네. ㅎ
가파른 데다 눈까지 쌓여있어 아이젠을 해도 찍찍 미끄러지느라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엄청 많이 간 것 같은데도 진도가 안 나간다.
이래 가지고 오늘 안에 올라갈 수는 있으려나?
그래도 뭐, 하늘까지  올라가는 건 아니니까.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읊으시던 시조를 떠올리며 올라갔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양사언>

 

어느새 모두 앞서 사라지고 난 오늘도 후미를 지킨다.
'여기서 뭔 일 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겁이 난다.
오늘 무사히 하산하게 해주세요.
들머리에서 3km 가면 조망이 없는 상원산 정상에 도착한다.
3km 가는데 3시간이나 걸렸다!
힘들게 오른 것에 비해서 정상석이 너무 초라하다.

 

상원산 정상

상원산 정상에서 왼쪽으로 간다.
상원산을 내려갔다가 가파른 봉우리를 하나 넘고 나면 등로가 유순해진다.
아니, 유순하다고 말할 수 있는 길인데 눈 때문에 쉽게 갈 수가 없다.
선두 발자국을 따라가지만 계속 미끄러지고 눈에 발이 푹푹 빠진다.
이 길이 황병지맥이라고 한다.
대간 산행을 하며 소황병산에 갔을 때 생각이 난다.
그때도 이맘때쯤이라 눈 구경을 실컷 했는데.

 

옥갑산봉을 지나고 약간의 바위 구간을 지나고, 폐 헬기장을 지나면 처음으로 이정표가 나온다.
여기가 싸리재라는 것 같은데...
이정표에는 상원산 방향이 "미개통 등산로"라고 적혀있다.
개통과 미개통의 차이가 뭐지?

 

옥갑산봉 정상

헬기장

싸리재(?)

이후 개통된 등로를 가지만 길은 더 거칠어진다.
뜬금없이 영어가 적힌 이정표도 나온다.
전망대에서는 노추산이 보인다는데 오늘은 잔뜩 흐린 날씨에 눈이 내려서 먹통이다.

 

전망대

전망대에서 400m, 상원산에서 3.25km 가면 역시나 조망이 없는 옥갑산 정상에 도착한다.
추워서 서둘러 사진을 찍고 상옥갑사 쪽으로 내려갔다.

 

옥갑산 정상

내려가는 길은 세상 가파르다.
게다가 중간에 등로를 놓쳐서 가파른 사면을 치고 가느라 죽을 맛이었다.
내가 미쳤지, 여길 왜 왔나.

 

700m 정도 내려가면 이정표가 나온다.
여기에서 좌측 상옥갑사 쪽으로 간다.
그런데 이게 등산로가 맞아?
등로가 제대로 있는지도 모르겠고, 있더라도 눈 때문에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죽어라 대장님만 쫓아간다.
옥갑산 정상에서 1.25km 가면 상옥갑사에 도착한다.
절벽 위에 있어 여량면이 막힘없이 내려다보이지만 오늘은 날씨 때문에 나라 상황 마냥 갑갑하기만 하다.
기운이 빠져 상옥갑사 스님에게 부탁하여 차를 타고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상옥갑사

상옥갑사에서 임도를 따라 1.5km 정도 가면 임도 삼거리가 나온다.
우측 하옥갑사 방향으로 임도 중간 중간 산길을 치고 내려간다.
상옥갑사로 내려가는 길보다는 오만 오천 배 순하지만 배가 고파서 기운이 없으니 이 길도 힘들다.
오늘 특별히 적게 먹은 것도 아닌데 산행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꼬르륵 소리가 날 정도로 배가 고팠다.

 

임도 삼거리

보수 중인 하옥갑사를 지나 여량주유소 쪽으로 계속 내려가면 계곡으로 떨어진다.
옥갑사 입구에서 산행을 마쳤다.
산행 마감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늦었다.
하지만 대장님도 늦었는걸, 뭐.
그러게 왜 항상 시간을 적게 주시느냐고요!
무릎부터 허리까지 쑤신다.
다시는 이런 산행하지 말자.

 

하옥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