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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24.02.22 (영천) 기룡산(964m), 꼬깔산(737m)

산행일시: 2024년 2월 22일 목요일 (비, 눈, 흐림)
산행코스: 용화 마을회관 ~ 묘각사  ~ 기룡산 ~ 꼬깔산 ~ 망향공원
산행거리: 11.7km
산행시간: 10:05 ~ 15:52
산행트랙:

(영천)기룡산, 꼬깔산 20240222.gpx
0.06MB

등산지도:

 

이번 주도 비가 오는 걸로 나와 또 취소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내가 부탁한 산행지이기에  우중산행이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가기로 하였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서니 온 천지가 하얀 눈으로 덮여있다!
영천에도 이런 눈이 있었으면 좋겠네.

 

하지만 용화 마을회관에 도착하니 눈 씻고 찾아봐도 눈은 없고 가늘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산 위에도 눈은 보이지 않았다.
경북 지역에 눈이 많이 왔다고 해서 등산용 아이젠에 긴 스패츠, 판초 우비, 우산까지 완벽하게 준비하고 왔는데...
지난주 연화도에 가서 카메라를 떨어뜨려 고장 나는 바람에 거금을 들여 방수 카메라까지 샀는데...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 ㅜㅜ
판초 우비와 스패츠는 버스에 놓고 우산을 쓰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마을 담장에는 영춘화가 피었다.
앞으로 꽃샘추위가 몇 번 더 오겠지만 가는 세월 잡지 못하고, 오는 세월 막지 못하리.
지금 이 순간만이 내게 허락된 시간임을 잊지 말자.

 

계곡을 건너 운곡지로 가야 하는데 어제부터 내린 비로 계곡에 물이 많아 돌아가야 했다.

 

조망도 없고 우산을 쓴 채 산행을 해야 하니 낙대봉으로 가기보다는 묘각사로 가서 기룡산으로 올라가기로 하고 임도를 따라 직진하였다.
묘각사까지는 3.8km이다.
묘각골을 따라 올라가는 임도에 염화칼슘을 뿌리고 있었다.
염화칼슘을 뿌려 눈을 녹이는 것은 좋은데 그렇게 뿌려대다가는 환경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자연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는데...

 

묘각사에는 무료 찻방이 있어 따뜻한 방 안에서 편안하게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차와 믹스 커피, 과자가 무료!)
불자님들, 감사합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절집 댕댕이에게 "앉아!", "기다려!" 훈련을 시킨 후 기룡산으로 갔다.

 

묘각사

묘각사 입구에 있는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갔다.
그런데 기룡산까지 2.2km라?
왜 이리 길지?
가다 보니 방향이 이상했다.
지도를 확인한 결과 낙대봉 능선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다시 묘각사로 돌아가 살펴보니 오른쪽 끝에 있는 산신각 뒤로 등산로가 있었다.
이쪽으로 가면 0.9km다.
대신 가파르겠지.

 

묘각사 위로는 눈이 많이 쌓여있어 아이젠을 하고 올라갔다.
멍청하게 아이젠도 버스에 놓고 오려고 했는데 큰 일 날 뻔했다.
묘각사에서 600m 올라가면 벤치가 나온다.
이제부터는 더 가팔라진다.
대신 위로 올라갈수록 눈이 많아져 동화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능선에 도착하여 왼쪽으로 10m만 가면 기룡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정상석이 두 개 있다.
잔뜩 흐려 조망은 없지만 상관없다.
왜냐고?
조망이 아쉽지 않을 만큼 멋진 풍경이 있기 때문이다.
상고대! 
상고대가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지 감탄사를 연발하며 갔다.

 

기룡산 정상

기룡산에서 꼬깔산까지는 3.4km이다.
초반에는 가파른 오르내림도 있고 밧줄 구간도 있다.
세찬 바람에 한쪽 뺨이 얼얼하지만 종아리까지 쌓여있는 눈길을 원 없이 걸을 수 있었다.
인간은 한 치 앞도 모르는 존재임을 다시 깨닫는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산행을 시작할 때는 이런 멋진 눈 산행을 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었는데...
하나님께서 내 마음의 소원을 아셨나 보다.
어제처럼 비가 오고 기압이 낮은 날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고 아프다.
그래서 오늘 눈 산행을 하며 치유되길 바랐다.
그런데 사실 오늘도 기압은 낮을 텐데 왜 이리 기운이 나지?
꾀병일세, 꾀병이야. ㅋ
세찬 바람 덕분에 구름이 흩어져 저 아래 영천댐도 보였다.
신이 나서 발걸음도 가볍게 봉우리를 몇 개 넘으며 꼬깔산으로 갔다.
스패츠를 안 했더니 눈이 신발 속으로 들어가 차가웠지만 아무렴 어때?
이렇게 멋진 걸.

 

(하절 쪽으로)

구름이 많이 걷혀 꼬깔산에서는 나뭇가지 사이로 영천댐이 보였다.
조망터가 있으면 좋을 텐데.

 

꼬깔산 정상

꼬깔산에서 영천댐 망향공원까지는 계속 가파른 내리막이다.
이런 길 정말 싫어하지만 눈이 쌓여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키 타듯 미끄러지며 내려가면 편하다.
한참 내려가니 영천댐이 보이는 조망터가 나왔다.
저건 청풍호 악어섬과 비슷하네.

 

영천댐

조망터를 지나면 눈이 사라진다.
꼬깔산 정상에서 1.2km 내려가면 임도가 나오고, 이후 임도를 따라 망향공원으로 내려갔다.
망향공원으로 가는 길에는 묘지들이 많았다.

 

망향공원에서 버스를 타고 근처 <진미손칼국수>로 가서 식사를 하였다.
바지락 칼국수를 주문하였는데 바지락은 몇 개 안 들어있지만 메밀 면이 맛있다.
차라리 들깨 칼국수가 더 나았을까?
어쨌든 배불리 먹고 귀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