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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23.10.19 (태백) 문암산(940m), 박월산(915m)

산행일시: 2023년 10월 19인 목요일 (흐림)
산행코스:  주차장 ~ 쪼록바위봉 ~ 평천마을~ 화성재 ~ 콧구멍재 ~ 문암산 ~ 박월산 ~ 장성중앙시장
산행거리: 8.7km
산행시간: 10:38 ~ 16:05
산행트랙:

(태백)문암산, 박월산 20231019.gpx
0.04MB

등산지도:

 

어제 공동체 집사님이 하늘나라로 가셨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여성순 순장으로 열심히 섬기던 분이었다.
추석 연휴 전날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계속 중환자실에 계시다가 끝내 눈을 뜨지 못하였다.
언제든 주님이 부르시면 가야되는 인생인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마 나는 걸어 다닐 수 있는 한 돌아다닐 것 같은데 그래도 되나?
마음 맞는 사람이 있으면 여유 있게 몇 달씩 배낭여행을 다녔으면 좋겠지만...
우선은 산이나 다녀야지.
오늘은 태백으로 간다.
백천계곡을 따라 들머리로 가는데 계곡이 너~무 예쁘다.
여름이면 사람들이 엄청 몰리겠네.
그런데 여기가 열목어 서식지라서 <절대출입금지>란다.
병백교 앞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출입금지> 안내판 너머로 올라간다.
시작부터 험난하다.
얼마나 가파르게 올라가는지 거의 1km를 허리를 못 펴고 데드 리프트 자세로 올라갔다.
데드 리프트를 만 번은 한 것 같다.
첫 번째 봉우리까지 1.06km, 50분 걸렸다.

 

첫 번째 봉우리에서 쪼록바위봉까지는 240m밖에 안 된다.
하지만 쉽게 갈 수 있는 길은 아니다.
쪼록바위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올라간다.
이 바위가 이끼가 많아서 초록바위인 것이 쪼록바위로 변한 것 같다.
그러니까 이끼가 낀 바위 사면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다.
아이고, 무셔라. ㅜㅜ
초록색 이끼에 떨어진 빨간 열매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어 순간 기분은 좋았다.

 

쪼록바위봉

조망터에서는 다음 주에 가게 될 달바위봉과 진대봉이 보인다.
저기도 고생 좀 해야 하겠는데?
쪼록바위봉 정상에 도착하니 바람이 심하게 불어 서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균형을 잡으려고 정상석을 붙잡았다가 나도 영안실로 갈 뻔했다.
정상석이 고정이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나저나 저 무거운 돌덩이를 들고 여기를 올라오려면 무지 힘들었겠네.
정상석을 세워준 대현청년회 여러분, 감사합니다.
쪼록바위봉에서는 희망봉이 보인다.

 

달바위봉(왼쪽)과 진대봉(오른쪽 앞)

쪼록바위봉 정상

쪼록바위봉을 가파르게 내려가서 가을이 내려앉은 능선을 타고 간다.
그제는 억새에 취해서, 오늘은 단풍에 취해서 걸어가네.
살아서 이런 모습들을 볼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
사실 내 체력으로는 갈 수 있는 곳들이 아닌데...

 

쪼록바위봉에서 500m 정도 내려간 후 평천재 직전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A팀은 직진하여 평천재로 가서 희망봉을 찍고 오지만 난 언제나 B팀이다. ㅎ
평천마을로 내려가서 진짜 오랜만에 산우들과 함께 길바닥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평천마을

이 마을에서는 배추와 무를 많이 재배한다.
한창 무를 수확하고 있었다.
마을길을 따라 화성재로 간 다음 산길로 접어들어 또다시 가파르게 올라간다.

 

이제부터는 오지 중의 오지 산행이다.
트랙이 없었다면 절대 산행을 못했을 것이다.
등산로도 없는 산속을 왜 들개처럼 헤매고 다니며 생고생인지 나도 모르겠다.
힘든데, 힘들어 죽겠는데 그래도 이렇게 산행하고 나면 refresh가 된다.
몸과 마음속에 답답하게 쌓였던 것들이 싹 빠져나가는 것 같다.
게다가 산에서 바라보는 멋있는 경치는 모든 고생을 잊게 만든다.
그런데 이거 제대로 가고 있는 거 맞겠지?
아무래도 낫을 하나 사야 할 것 같다.

 

봉우리를 3~4개 넘고, 콧구멍재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면 문암산 정상이 나온다.
문암산 정상은 가파른 암봉이라 올라가는 길이 까칠하다.
에고, 힘들어.
문암산은 다 힘들군.
홍천 문암산도 힘들고, 태백 문암산도 힘들고.
벌벌 떨며 일어서지도 못하고 앉은 채 문암산 정상에서 사진을 찍었다.
무섭지만 정상에서 보는 경치는 무서운 것도, 힘든 것도 잊게 만드는 마취제이다.

 

문암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문암산 정상

달바위봉과 지나온 쪼록바위봉

문암산 정상을 가파르게 내려가면 애경바위와 용바위가 나온다.
애경바위와 첫 번째 용바위는 오른쪽 산 사면으로 우회하느라 바위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내 생각에는 바위로 올라가서 능선을 타고 가야 할 것 같은데 사면으로 가는 게 쉽다고 트랙을 가지고 있는 산우님이 부득부득 우기는 통에 길도 없는 산 사면을 가로질러 가느라 죽는 줄 알았다.
능선으로 오른 후 다리 힘이 다 풀려서 땅바닥에 철퍼덕 앉아 한참 쉬었다.
이후 두 번째 용바위에서는 바위로 올라갔다.
역시 내 판단이 맞았어.
생각보다 힘들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조망이 너무 좋다.

 

애경바위

용바위 올라가는 길

 

용바위에서 바라본 문암산

용바위를 내려갔다가 용암사 갈림길을 지나 가파르게 올라가면 돌탑봉에 도착한다.
박월산의 유래에 대한 안내문이 있는데 이곳은 박윌산 정상이 아니다.

 

용암사 갈림길(박월산을 직진)

돌탑봉 정상

돌탑봉에서 가파르게 내려가는 길에 수직 땅굴이 있다.
진짜 거기 빠지면 절대 못 나올 정도로 깊은 굴이다.

 

수직 땅굴

이후 삼거리로 내려가 배낭을 벗어두고 100m 거리에 있는 박월산으로 올라갔다.
박월산 정상에는 철탑이 있고, 조망은 없다.
그래도 힘들게 여기까지 왔으니까 정상은 찍고 가야지.

 

박월산 정상

삼거리로 돌아가 하산하였다.
밧줄은 있는데 이걸 등산로라고 해야 하나?
그나마 가파른 내리막길이 아주 길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이후 돌탑 군락지를 지나고, 잣나무 숲 운동시설을 지나고, 샘터를 지나 장성 탄탄마을로 내려갔다.

 

장성 탄탄마을

장성중앙시장에서 푸짐한 바지락 옹심이 칼국수를 먹고 상경하였다.
버스를 타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끝까지 너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