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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2015.10.27 백두대간 25차: 고치령 ~ 갈곳산 ~ 봉황산 ~ 부석사

산행일시: 2015년 10월 27일 화요일 (비 오고 흐리고 바람 강함)
산행코스: 고치령 ~ 마구령 ~ 갈곳산 ~ 봉황산 ~ 부석사
산행거리: 대간 11.9km + 접속 4.2km = 16.1km
산행시간: 10:40 ~ 17:00
산행트랙:

고치령~갈곶산~부석사 20151027_1039.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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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지도: 

 

어제 저녁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였다.

가물어서 비가 오긴 와야 하는데 산행할 때 힘들까 봐 걱정이다.

밤새 푹 내리고 산행할 즈음에는 그쳤으면. 

좌석리에 도착하니 여전히 비가 꽤 오고 있었다.

트럭을 타고 고치령으로 올라갔다.

비를 맞으며 트럭 뒤칸에 쭈그리고 앉아 가노라니 다리도 아프고 차가 산굽이를 돌 때마다 불안했다.

그래도 이런 경험을 언제 해보나?

재미있다고 생각하니 이 또한 재미있고 생각할수록 웃음이 난다.

내가 좋아서 이 짓을 하기에 망정이지 어디 있을 법한 일인가?

진짜 나도 산꾼이 다 되었나 보다.

 

고치령

고치령은 태백산과 소백산을 나누는 고개이다.

따라서 대간을 나눌 때 소백산 구간은 일반적으로 도래기재에서 시작하는 걸로 말하지만 정확하게는 고치령에서 시작하는 거라고 한다.

고치령에는 백두대간 표지석과 산령각이 있었다.

 

고치령은 영월과 순흥을 잇는 고개로, 영월에는 단종이 유배되어 있었고 순흥에는 수양대군에 저항하던 금성대군이 유배되어 있었단다.

그들은 고치령을 오가며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복위 운동을 준비하던 중 거사가 발각되어 모두 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그것을 마음 아파한 백성들이 고치령에 산령각을 세우고 단종을 태백산의 산신으로, 금성대군을 소백산의 산신으로 모시게 되었다는 이야기.

 

고치령에서 마구령까지는 8km이다.

마구령까지 가서 점심을 먹을 수 있으려나?

우비를 입고 배낭 커버를 씌우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잠깐 가파르게 올라가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힐링 코스이다.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낙엽을 원 없이 밟아보았다.

새로 떨어진 낙엽 때문에 길이 푹신푹신하다.

선두로 산행을 시작했건만 어느새 후미로 쳐졌다.

하지만 오히려 호젓한 산길을 마음껏 분위기에 취해 걸어볼 수 있어 좋았다.

 

비가 잦아들어 우비를 벗었지만 바람이 강하다.

왼쪽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 때문에 왼쪽 뺨이 얼얼했다.

그러고 보니 나무들도 능선 왼쪽으로는 나뭇잎이 다 떨어졌는데 오른쪽은 아직도 푸르다.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다 좋다.

이슬비 내리는 이런 날 하루 종일 수북이 낙엽이 깔린 길을 걷는다는 건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누릴 수 있을 때 실컷 누려야지.

마구령까지 가서 점심을 먹으려고 초콜릿도 먹으며 버텨보았지만 결국 빨간불이 들어와 마구령을 1km 남기고 점심을 먹었다.

 

마구령

마구령에 도착하니 일행들은 모두 점심을 먹고 떠난 뒤이고 후미 대장님인 보병궁 대장님 혼자 기다리고 계셨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마구령에서 갈곳산까지는 5km 정도인데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여러 개 넘어야 한다.

저 봉우리가 갈곳산인가 하면 아니고, 또 저 봉우리가 갈곳산인가 하면 아니고.

벌거벗은 나무들이 서있는 가을 길을 하염없이 걸어간 것 같다.

 

바람은 점점 거세어져 몇 번을 비틀거리며 갔다.

'바람만 강하게 불어도 제대로 걷지를 못하는 사람이 무슨 대간 산행을 한다고 그러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설마 날아가기야 하겠어?' 용기를 내본다.

 

갈곳산 정상

갈곳산에 도착하여 간식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이곳에서 부석사는 이정표 뒤로(진행 방향에서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봉황산을 한 번 더 올라가야 하지만 전에 가봤던 길이라 그런지 과히 힘든 줄 모르겠다.

그런데 도대체 봉황산이 어디인가?

헬기장이 있는 곳인지, 그다음 봉우리인지, 삼각점이 있는 곳인지 모르겠다.

트랭글에서는 헬기장 다음에 나오는 봉우리에서 정상을 알리는 소리가 났는데 그 봉우리에도 아무런 표식이 없다.

봉황산에서 부석사까지는 계속 내리막이다.

역시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는 아는 길이라 그런지 덜 힘든 것 같았다.

마지막 가파른 길을 내려가 부석사 자인당 앞에 도착하였다.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한 부석사는 한국 화엄종의 근본도량이라고 한다.

부석사에는 무량수전(국보 18), 조사당(국보 19) 소조여래좌상(국보 45), 조사당 벽화(국보 46), 무량수전 앞 석등(국보 17) 등의 국보와 3층 석탑, 석조여래좌상, 당간지주 등의 보물이 있다.

 

자인당에 있는 석조여래좌상

부석사 무량수전

두 개의 삼층석탑 중 아래에 있는 삼층석탑

의상대사 지팡이를 땅에 꽂았더니 나무가 되었다는 의상대사 나무는 철조망 안에 있어 제대로 보기가 힘들었다.

 

의상대사 나무 

경내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부석사 낙조가 유명하다는데 해가 지려면 좀 더 기다리셔야 할 것 같다.

 

일주문까지 이어지는 은행나무 길은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웬일로 대장님께서 저녁을 먹고 가자고 하셔서 능이칼국수를 먹었다.

배가 고프던 참이라 한 그릇 다 비웠지만 유명한 집이라는데 내 입에는 별로였다.

들깨는 기름 쩐 내가 났고, 능이는 한, 두 조각 헤엄치고 있을 뿐이었으며, 서비스는 최악이었다.

다만 부추 무침은 정말 맛있었다.

 

비 오는 날의 대간 길.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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