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23년 4월 18일 화요일 (비 후 갬)
장소: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산에 가려다 비가 와서 엄마를 보러 갔다.
이러면 정말 나쁜 딸인데... ㅎ
경주에 갔을 때 먹은 <솔솥> 솥밥이 맛있어서 엄마를 모시고 <솔솥> 망원점으로 갔다.
잘 알아보지 않고 생각 없이 차를 끌고 갔더니 바로 망원시장 안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택시를 타고 가는 건데.
주차할 곳을 찾아 빙빙 돌다 결국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 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근처에 있는 <더담>으로 갔다.
여기를 무수히 많이 걸어다녔는데이 음식점을 모르고 있었다니!
그도 그럴 것이 간판도 눈에 띄지 않고 2층에 있어 잘 보이지 않았다.
실내는 보통의 한정식 집과는 달리 상당히 캐주얼하다.
실내 분위기가 음식 가격에 한참 떨어진다고 할까?
별 기대없이 제일 싼 런치 메뉴를 주문하였다.(28,000원)
런치 메뉴는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떡갈비 정식과 보리 굴비 정식으로 주문하였다.
먼저 초록색 죽과 열무김치가 나온다.
쑥 색깔도 아니고 '이건 뭐지?' 하고 먹어보니 으깬 잣이 씹힌다.
좀 짜지만 맛있네.
쌉싸름한 맛의 열무김치는 엄마가 집에서 만든 김치 맛이라고 무척 좋아하셨다.
이후 샐러드와 잡채, 탕평채, 한방보쌈이 나온다.
가장 평범한 음식들이지만 음식점을 평가하기에 좋은 음식들이다.
흔히 야채 위에 드레싱을 뿌리는데 이 집은 반대로 드레싱 위에 야채를 얹었다.
너무 달지 않은 들깨 드레싱이 싱싱한 야채와 잘 어우러진다.
노란 꽃잎 하나도 샐러드를 더 맛있고 싱싱하게 보이도록 해준다.
재료들을 가늘게 채 썬 탕평채 또한 이 집 셰프의 실력을 가늠하게 해준다.
보기 좋은 만큼 맛도 좋다.
계란 지단을 듬뿍 얹은 잡채도 맛깔나다.
한방보쌈은 이렇게나 야들야들할 수가!
고기 위에 올린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데 평범한 수육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한 점씩 찍혀있는 고추냉이 소스와 된장도 꽤 요긴하다.
그다음 메인 음식인 떡갈비와 보리 굴비가 나온다.
대추와 다진 마늘, 파를 얹은 떡갈비의 플레이팅이 가히 예술이다.
전혀 느끼하지 않고, 많이 짜거나 달지도 않다.
이 집 간이 정말 마음에 든다.
보리 굴비도 전혀 느끼하지 않아서 녹차물에 적혀 먹을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음식을 다 먹고 나면 밥과 반찬, 된장찌개가 나온다.
꽃잎 한 조각 올린 공깃밥이며, 소꿉놀이하듯 담은 반찬들이며, 된장찌개며, 다 맛있고 보기에도 좋다.
마지막으로 시원한 오미자 주스로 입을 헹구고 식사를 마쳤다.
가격이나 음식 퀄리티에 맞게 인테리어도 좀 수준 있으면 좋을 텐데...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집게가 너무 작아서 음식을 잡기가 불편하다.
어쨌든 앞으로 이 집 종종 오게 될 것 같다.
알고 보니 이 집이 2013년부터 9년 연속으로 블루리본 서베이에 등재된 곳이고, <한국인의 밥상>에도 나온 집이란다.
어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