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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2015.10.13 백두대간 24차: 도래기재 ~ 옥돌봉 ~ 선달산 ~ 갈곳산 ~ 부석사

산행일시: 2015년 10월 13일 화요일 (맑음)
산행코스: 도래기재 ~ 옥돌봉(옥석산) ~ 박달령 ~ 선달산 ~ 늦은목이 ~ 갈곳산 ~ 봉황산 ~ 부석사
산행거리: 대간 13.5km + 접속 4.2km = 17.7km
산행시간: 10:30 ~ 17:55
등산지도:

 

지난번에 이어 도래기재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도래기재

옥돌봉까지 2.68km라는 이정표가 있다.

단체 사진을 찍고 계단을 올라가니 낙엽이 깔린 길이 나타났다.

 

지난주 설악산에서는 더워서 고생을 했는데 오늘은 바람이 차서 재킷을 입고 산행을 한다.

정말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

언제 이 더위가 가시나 했는데 벌써 코가 시려지다니.

그러고 보니 어느새 1년이 지났다.

작년 10월 14일에 대간 산행을 시작했으니 오늘이 1주년 되는 날이다.

여기까지 온 게 스스로 대견해서 아침에 떡을 돌렸다.

주위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내가 아무리 원하고 강철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여기까지 못 왔을 것 같다.

후미에서 나를 챙겨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특히 trio 멤버들에게는 뭐라 감사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를 챙기느라 산행이 더디고 귀찮았을 텐데도 오히려 격려해주시고 칭찬해주시니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모르겠다.

좋은 분들을 만나게 해 주신 하나님께도 감사드린다.

조금 더 가니 진달래 터널이 나타났다.

 

봄이면 이곳에 진달래가 얼마나 예쁘게 필까 상상하며 터널을 지나갔다.

진달래 터널을 지나서 조금 가다 보면 이번에는 철쭉 군락지가 나온다.

이곳에는 550년 된 철쭉나무가 있다.

 

550년 철쭉

와! 어떻게 철쭉이 550년을 살 수가 있지?

산전수전 다 겪었을 그 나무는 일희일비하는 나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슬픔도 잠깐, 기쁨도 잠깐이니 너무 슬퍼하지도 말고 너무 기뻐하지도 말라고 할까?

아니면 그것이 우리 인생이니 마음껏 슬퍼하고 마음껏 기뻐하라고 할까?

진달래와 철쭉을 보며 봄을 생각하다 고개를 돌리니 갑자기 가을이 나타났다.

 

시공을 초월한 느낌이다.

작년 첫 대간 산행 때 대간령에서 창암으로 내려가며 환상적인 가을 숲에 취해 꿈인지 생시인지 얼떨떨하던 때로 되돌아간 느낌이었다.

모두 다 그랬겠지만 얼마쯤은 추억에 젖어, 얼마쯤은 우수에 젖어, 얼마쯤은 행복에 젖어 가을 숲을 걸어갔더랬지.

추억에 잠겨 옥돌봉에 도착하였다.

 

옥돌봉 정상

헬기장 건너편에는 옥석산 표지판이 있다.

 

옥석산 정상

단군신화에 나오는 환인이 머물다 간 산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사진을 찍고 박달령으로 향하였다.

옥돌봉에서 박달령까지는 3km 정도.

기맥 분기점에서 오른쪽으로 꺾여 내려간다.

 

박달령까지 가서 점심을 먹으려 했으나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요란하게 울려대는 배 시계 때문에 중간에서 점심을 먹었다.

박달령에는 커다란 표지석과 산령각이 있었다.

 

박달령

박달령에 있는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은 일행들이 막 떠나려 하고 있었다.

 

여기서 선달산까지는 5km.

다시 올라가는 길이 반갑지는 않지만 몸을 다쳐서 빨리 가지 못하시는 대장님 꽁무니를 따라 천천히 올라갔다.

선달산에 도착하니 일행들은 벌써 사진을 찍고 떠난 후였다.

 

선달산 정상

오늘은 대장님이 후미로 가시니까 마음이 놓인다.

배도 한쪽 먹고 쉬다가 길을 떠났다.

선달산에서 늦은목이로 내려가다 보면 <외씨버선길>을 만난다.

 

대간 길은 오던 방향 그대로 직진하면 된다.

선달산에서 1.9km 진행하여 늦은목이재에 도착하였다.

 

늦은목이재

<외씨버선길>은 이곳에서 왼쪽으로 내려가고 대간 길은 직진하여 갈곳산으로 간다.

1km 올라가는 갈곳산이 꽤 멀게 느껴졌다.

 

갈곳산 정상

갈곳산에는 정상석이 없다.

갈곳산이란 이름은 산림청 사이트에도 없고, 인터넷 백과사전에도 없다.

그래도 난 산으로 쳐야겠다.

정말 힘들게 올라왔고, 또 그래야 오늘 또 산 하나 추가하니까. ㅋㅋ

갈곳산에서 봉황산으로 가는 길은 정말 힐링 코스이다.

 

봉황산은 산림청 사이트에도 나오고 인터넷 백과사전에도 나오는데 허접한 표식 하나 없어 어디가 정상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이 삼각점이 있는 곳이 아닐까?

 

봉황산 정상

나중에 들으니 일행들이 봉황산에서 부석사로 내려가는 길을 못 찾아 헤매었다고 하는데 나는 후미로 가는 바람에 그럴 일은 없었다. ^^

후미가 좋을 때도 있는 법이여~~

부석사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른 내리막의 연속이다.

난 이런 길 정말 죽음인데. ㅠㅠ

초긴장을 하여 또다시 얼굴이 완숙 토마토처럼 되어 내려갔다.

 

내려가서 보니 이 길이 입산금지란다?

어쨌든 한 번 더 이리로 내려와야 하는데. ㅠㅠ

부석사는 의상대사를 흠모하던 당나라 선묘 낭자가 변한 것이라는 부석(뜬바위)에서 그 이름이 유래하였다 한다.

 

부석사 부석

우리나라에는 남정네를 흠모하다 돌이 된 여인들이 참으로 많은 것 같다.

왜 하필 돌이 되었을까?

돌처럼 변치 않는 마음을 상징하는 것일까?

얼마나 사모했으면 돌이 되었을까 싶기도 하고, 바보같이 돌이 될 정도로 마음앓이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사랑이 어디 이성으로 되는 것이던가?

선묘 낭자의 전설과 석양에 물든 사찰은 한층 더 고즈넉하게 보였다.

 

부석사를 한 바퀴 돌아보고 내려갔다.

 

부석사 삼층석탑

부석사 무량수전

당간지주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 양 쪽의 은행나무들이 참으로 아름답다.

2주 후에는 노랗게 물들어 있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