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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2023.03.25 어쩌다 바디프로필 (3)

날짜: 2023년 3월 25일 토요일 (대체로 맑음)

오늘은 대망의 바디프로필을 찍는 날이다.
근육량 20%가 목표였지만 그 목표는 이루지 못하고 쓸데없이 체중만 줄었다.


생각해 보면 저체중인 나에게는 일반적인 다이어트 식단이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이틀 전까지 밥이랑 떡, 젤리, 컵케잌을 먹기도 하는 등 굉장히 느슨하게 했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단이라고 하기엔 좀 부끄럽지만 그래도 밥과 빵 대신 고구마와 단호박을 먹고 단 음식들을 끊으니 체중이 자꾸 빠져서 겁이 날 정도였다.
나 같은 경우는 오히려 잘 먹으면서 운동을 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변명을 좀 하자면 난 뼈대가 특히 가늘기 때문에 골격근량이 다른 사람들보다는 적게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근육 라인이 선명하게 생기거나 물렁살이 없어지진 않았지만 어쨌든 이전보다는 나아졌다고 믿으니까 크게 아쉬움은 없다.
아, 아쉬운 건 살이 빠지면서 몸매가 일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나름 볼륨있는 몸매였는데 이제는 그냥 마른 장작개비 같다. ㅜㅜ
어차피 바디프로필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으니까 큰 애와 재미있는 추억을 공유하게 된 것에 만족해야지.
오늘은 새벽부터 일이 있어 잠도 제대로 못 잔 채 4시 30분에 일어나 바쁘게 돌아다녔다.
그 와중에 쓰러질까봐 바디프로필을 찍기도 전에 열심히 먹어댔다.
그나마 있던 근육 라인들이 다 사라지겠네. ㅎ
오전 일과를 끝내고 허겁지겁 뷰티 숍에 가서 머리 손질을 하고 메이크업을 받았다.

 

주타 메이크업

결혼식 이후 뷰티 숍에서 메이크업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다.
딸들 덕분에 호강하네. ㅎ
고마워, 예쁜 울 공주들.
그런데 이거 나 맞나? 왜 난 화장을 하면 무서워 보일까? ㅠㅠ
풀 메이크업을 한 내 모습을 내가 봐도 낯설다.
메이크업을 마치고 촬영 스튜디오로 갔다.

 

스튜디오 로이클라우드

남들은 태닝도 하고 왁싱도 한다는데 그런 건 패스다.
귀찮아서 내 의상은 그런 게 필요 없는 평소에 입던 것으로 골랐다.
3시에 시작한 촬영은 6시가 되어 끝났다.
사진 촬영이 운동하는 것보다 오만 오천 배 더 힘들었다.
이게 도무지 사람이 할 짓이 못 되네.
모델들이 얼마나 힘들지 알 것 같다.
나중에는 웃으라는데 저절로 우는 표정이 지어졌다.
바디프로필이고 뭐고 그냥 다 때려치우고 집에 가서 화장 지우고 자고 싶다. ㅜㅜ
이제는 작가의 역량을 믿어보는 수밖에...

 

기진맥진해서 촬영을 끝낸 후 고속터미널로 달려갔다.
힘들다며 어딜 또 가려고?
<플리퍼스>에서 수플레 팬케이크 먹으러. ㅎ
먼저 <남산돈까스>에서 생선까스를 먹고, 수플레 팬케이크를 먹었다.
전에 먹으려다 먹지 못했던 레몬 & 레어치즈 수플레 팬케이크를 먹고 싶었는데 재료가 떨어졌다고 해서 또다시 허니 블루베리 요거트 수플레 팬케이크를 먹었다.

 

이 황홀한 기분!
온 몸의 지방 세포가 깨어나는 느낌이 든다. ㅋ
아무렴 어때?
당분간은 먹부림이 이어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는 식단이나 운동을 나에게 맞추어 진짜 건강한 몸을 만들어봐야겠다.
그래서 둘째 아이까지 셋이서 함께 바디프로필을 찍어보고 싶다.
헐, 이건 또 무슨 말이야?
제발 다시는 일을 벌이지 말자, misscat.
그런데 다음 달부터는 실내 클라이밍을 하기로 되어있으니 그러다 헬멧 쓰고 돌아다니게 되는 건 아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