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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2023.02.27 어쩌다 바디프로필 (1)

날짜: 2023년 2월 27일 월요일 (맑음)

 

2018년 가을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니 허리가 아파 온몸을 꼼짝 할 수가 없었다.
간신히 일어나 10분이면 걸어갈 병원을 1시간은 걸려서 간 것 같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눈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아팠다.
그때부터 병원 순례가 시작되었다.
정형외과, 통증의학과, 한의원을 번갈아 다니며 치료를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6개월 후에는 양쪽 어깨의 회전근개가 고장 나서 팔을 들어 올릴 수가 없었다.
어찌나 아프던지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통증주사를 맞고 좀 견딜 만 하자 복대를 하고서 산에 다녔으니 미련한 건지, 독한 건지...
3년 동안 치료를 받으며 치료 덕인지, 나을 때가 되어서 그런 것인지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 이게 괜찮아졌다 다시 아파졌다 하기를 무한 반복하는 것이었다.
나를 치료하던 도수치료사는 근육이 너무 없어서 그런 것이라며 근력 운동을 하라고 하였다.
하긴 내가 말랐어도 근육이 없어서 오랫동안 마른 비만 판정을 받은 터였다.
그런데 나 운동 너무 싫어하잖아.
버티다, 버티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2021년 12월부터 주 1회 좀 쉽다고(?) 생각되는 필라테스 P.T. 를 받기 시작하였다.
강사도 이런 몸으로 어떻게 등산을 다녔느냐고 놀랄 정도로 물렁살이었고 자세도 비틀어져있던 나는 꾸준함과 오기로 체형 교정을 해나갔다.
그렇게 몇 달 하니 확실히 허리 통증이 줄어들어 더 이상 병원 치료는 안 받아도 될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교정된 자세가 근력 약화로 자꾸 무너지는 것 같아 근육을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2022년 9월부터 주 1회 웨이트 트레이닝 P.T. 를 추가하였다.
힘이 없어서 처음에는 기구나 덤벨은 사용하지도 못하고 맨손으로 운동을 하는 처지였다.
그런데도 12월에 측정한 인바디에서는 평생 제자리였던 근육량이 2.1kg이나 늘었고 체지방량은 2.2kg 줄었으며, 20대 이후 변함없던 몸무게도 늘었다!

 

2022.02.17 인바디 결과

2022.12.05 인바디 결과

그 결과에 상당히 고무되었고, 한 술 더 떠서 트레이너는 지금 당장 바디프로필을 찍어도 되겠다며 추켜세웠다.
살은 안 빼도 되니까 근육만 조금 키우면 된다나?
사실 어느 정도 착시효과인데, 살이 없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근육이 있는 것처럼 보이긴 했다. ㅎ

 

2022년 10월 13일

바디프로필?
그럼 나중에 환갑 기념으로나 찍어볼까요? ㅎㅎㅎ
그런데 전 식단 관리도 못하고, 산에 다녀야 해서 운동도 더 이상은 못해요.
그냥 지금처럼 natural하게 운동하고 먹으면서 찍어볼까요?
말이 씨가 된다고 우스갯소리로 한 얘기가 실화가 되어 아이들이 생일 선물로 바디프로필 촬영을 지원해주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natural(?)하게 했더니 1월에 측정한 인바디에서는 몸무게가 다시 좀 줄면서 근육이 빠지고 지방량이 늘었다.
아, 내가 교만했나봐. ㅜㅜ

 

2023.01.20 인바디 결과


실망스러운 인바디 결과에 전투력이 상승하여 7주 전부터는 주 2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식단 관리도 시작하였다.

 

(등 근육이 보이기 시작함 ㅎ)

운동은 당연히 힘든데 운동보다도 식단 관리가 더 힘들었다.
나는 살을 더 빼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식사량을 줄이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식사량은 늘었다.)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이렇게 고역일 줄이야!
평소 고기를 안 좋아하고 빵, 국수, 튀김, 전, 과자, 디저트 등을 좋아하는 나는 고지혈증 약을 먹으면서도 식사 습관을 바꾸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디프로필이 평생 즐겨 먹던 밀가루와 튀김, 전, 디저트를 끊게 만들었다!
놀라운 바디프로필의 힘이여!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먹던 고기를 매일 먹었다.
밀가루를 끊는 것보다 매일 고기를 먹는 게 훨씬 더 힘들었다.
아주 기름진 것이 아닌 이상 종류를 가리지 않고 아무 고기나 먹고 양념도 해서 먹었는데 닭 가슴살만 먹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그래도 고기 먹기가 힘들어서 고육지책으로 생각해 낸 것이 각종 단백질 음료와 단백질 바, 단백질 쿠키였다.
이러한 과정이 사실 혼자서는 힘들었을 텐데 큰 아이와 함께 바디프로필을 찍기로 하여 선의의 경쟁이 되었던 것 같다.
서로 먹는 것도 감시하고, 운동도 독려하고.
물론 난 몰래, 몰래 과자도 먹고, 초콜릿도 먹고, 젤리도 먹긴 했지만. ㅋ

 

열심히 노력했건만 2월에 측정한 인바디 결과는 1월보다 더 나빴다.
체중과 근육량, 기초대사량은 더 줄고 체지방량은 늘어 운동 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어떻게 찌운 살인데. ㅜㅜ
그렇게 단백질을 열심히 먹고 있는데 도대체 왜 그런 거야!

 

2023.02.20 인바디 결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첫째, 식사량이 적은 나는 그동안 단 음식으로 부족한 열량을 보충해왔던 것 같은데 단백질 섭취를 늘리니 다른 것은 자연히 적게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다 운동은 예전보다 열심히 하니 결과적으로 체중이 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늘 감기에 걸린 듯 몸이 나른하다가 급기야는 눈에 실핏줄까지 터졌으니 이 일을 어찌할꼬. ㅜㅜ
둘째, 나의 가장 큰 문제는 수분 섭취이다.
수분을 섭취해야 근육이 형성된다고 하는데 다섯 시간 산행을 하면서도 물 300ml를 다 마시지 못하고 내려오는 나에게는 물 마시는 일이 고기를 먹는 것만큼 고역이다.
그런데 적어도 1L는 마셔야 한다니!
셋째, 유산소 운동을 많이 하면 오히려 근육 생성에 방해가 된다는데 등산과 만보걷기가 방해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 세 가지 문제점들의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식단 관리를 좀 느슨하게 하면서 양을 늘리기로 했다.
내 딴에는 배터지게 먹는 것 같은데도 몸무게가 자꾸 줄어드니 디저트와 튀김류만 자제하고 다른 것은 그냥 좀 먹어보련다.
둘째, 죽기 살기로 물을 마셔보기로 하였다.
오냐, 정신력으로 1L 마셔주지.
셋째, 등산은 일주일에 2회로 제한하기로 하였다.
더 줄여야 할까? 
더 이상 줄이면 너무 슬플 것 같은데... ㅜㅜ
남들은 살 빼느라 힘들겠지만 살이 안 빠지게 하는 것도 힘들다.
일주일간 정말 열심히 물을 마셨다.
한 번에 많이 마시기가 힘드니까 한 모금씩 하루 종일 마시는 전략을 썼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물을 많이 마신 적이 있었던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도 4L 마셔야 했을 때는 간신히 1L 마신 후 다 토해버리는 바람에 검사가 실패했고, 그 후 검사에서 2L 마셔야 했을 때는 물 대신 포카리스웨트를 1L 겨우 마시고 검사를 받았는데.
어쨌든 기를 쓰고 매일 물을 1L 마시며 운동을 하고 일주일 후 인바디를 측정하였다.
결과는?

 

2023.02.27 인바디 결과

나 이제 인바디 측정 안 할래. ㅜㅜ
일주일 전보다 모든 수치가 다 안 좋아졌다.
그렇게 물을 열심히 마셨는데 적어도 체수분양만큼은 늘어야 하는 거 아닌가?
트레이너는 인바디보다 눈바디(?)가 중요하다면서도 운동을 더 독하게 시켰다.
예쁜 사람이 힘없는 늙은이를 이렇게 모질게 훈련시키다니! ㅠㅠ

아, 진짜, 이 나이에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이 고생인지 모르겠다.
여기저기 소문을 내놓았으니 어떻게든 근육을 만들어서 사진을 찍기는 찍어야 하는데...